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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논문

‘적대 없는 연대’, 또는 독특한 계급투쟁

by 김성윤 posted Oct 02, 2015 Views 1391 Likes 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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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적대하는 연대인가>

 

사회적인 것의 장(場)에는 중간계급 편향성에 대한 의심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주민이나 시민(=도시 거주민) 같은 즉자적 형상이 주도하는 소비자운동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사회적 삶의 의제가 공동육아나 먹거리 등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중간계급 특유의 교육과 소비 패턴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어울림’, ‘나눔’, ‘도움’, ‘따로 또 같이’ 등등 이곳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언표들은 (486세대의 민중공동체적 언어 습속은 물론이고) 부르디외가 중간계급의 문화적 특성이라고 지적했던 문화적 선의(goodwill)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지 않은가.

 

이곳은 어쩌다 이토록 계급적으로(!) 형성된 것일까. ‘지속가능성’이나 ‘공정성’ 같은 덕목이 시사하듯, 이 운동은 한편으론 수탈적인 금융자본을 공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과도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다양한 목적의식들로 결합된 사회적인 것의 장에선 일종의 숙명과도 같은 것일 텐데, 그 안에서의 논점들이란 도전적이라기보다는 사회세력들 간의 권력 균형을 추구하는 쪽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정치사회운동에서 계급실천의 영향력이 부차화되어왔던 한국에선 모순의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 특히 냉전 이후의 정세적 변화에 힘입어, 자치권·행복권 등 권리 요구 운동과 자발적인 임파워먼트 운동 등으로 의제가 다변화된 현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민중공동체 담론과 연결되었던 해방적이고 급진적인 전망들이 상당 부분 속류화된 경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은 주체성에 대한 새로운 실험으로 간주되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이 가진 문화 자본을 재생산하기 위한 활동으로 비난 받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유기농 먹거리를 소비하는 것도 환경 문제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을 표출한 결과로 보이지만, 교양과 구매력을 겸비한 집단들의 보신주의적 행동이라는 판단과 분리하기 어렵다.

 

중간계급 편향이라는 곡절은 내재적이자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제 등이 점증하는 다차원적 ‘배제’에 대한 공포로부터 제기되어 왔다는 것은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불행하게도 이 운동은 ‘포함’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배제 메커니즘 또한 탑재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대표적이다. 도시재생으로 마을 활성화에 성공하더라도 덩달아 오른 임대료에 저소득층 세입자가 쫓겨나는 경우는 전혀 낯설지 않다. 일반 기업에 비해 사회적 기업 등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고, 협동조합에서 비조합원에 대한 암묵적인 배제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나아가, 국가가 무능력한 상황에서 사회적 생존을 시민사회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불가피한 현실도 이런 모순을 배가시킨다. 복지의 자조적 해결이란 기실 민영화라 불러도 무방하다는 점을 상기하도록 하자. 이렇게 되면 사회적인 것을 지키려는 노력은 역설적으로 사회적 공공성과 멀어지게 되는데,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불능력을 가진 자들에 한해 사회보장이 이뤄지고 그 외의 존재들은 공동체로부터 사실상 내버려지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그동안 몇몇 환상적 언어들(주민, 시민, 지속가능성, 공정성, 상호성, 자조성)에 의해 중간계급 중심성은 물론이고 민중계급의 배제라는 문제가 체계적으로 은폐되어 왔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리기와 실버는 예의 경향들을 일컬어 ‘적대 없는 연대’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사실은 그 연대조차도 암묵적이고 구조적인 또 다른 적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닐까. 오늘날 부상하는 관계성의 실험은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확실히 이들의 ‘현장’에선 독특한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은 계급투쟁이다.

 

 

[글 소개] 중앙대 대학원신문에 4회에 걸쳐 연재하는 짧은 학술시평 "사회적인, 너무나 사회적인" 중 2 회. 모든 글들은 각각 다음의 질문들로 이뤄진다. ① 유적 존재로부터의 소외는 극복가능한가 ② 사회지향적 실천의 중간계급 편향성은 어떻게 그리고 왜 나타나는가 ③ 시장 착근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가 ④ 좌파와 우파는 어째서 대립하지 않는가. 두 번째 글은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 등에 자리잡은 계급적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다.

[편집자 주] ‘사회적인 것’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CSR(기업의사회적책임)이나 CSV(공유가치창출)를 경영 윤리 삼아,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같은 기업 조직들이 가동되고,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로 물류가 순환되며, 사회책임투자와 사회혁신채권을 통해 자금이 조달된다. 일상생활은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체 지향적으로 재조직되며, 나아가 도시적 삶 역시 도시재생을 통해 부흥된다. 본 기획은 4회에 걸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맞설 거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적인 것’의 관행들에 이론적·정치적 쟁점들을 제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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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및 운영위원입니다. 주전공은 사회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플랫폼 자본주의, 도시재생과 민주주의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러서 이용자 여러분들과 교감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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