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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이었다니 … 고로 모순은 계속

by 김성윤 posted Oct 14, 2009 Views 7516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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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이었다니 … 고로 모순은 계속
[연재] 2PM 박재범 사태로 본 대중문화와 한국사회⑥
2009년 10월 13일 (화) 13:57:30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한국사회가 동요했다. 연예인이라는 공인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비난했다. 연습생 어린 시절 가지고 나무랄 것까지야 없지 않은가.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옹호했다. 그 사이에 미디어는 신명나는 한 판 싸움을 생중계했고, 문화산업계는 재범을 ‘쿨’하게 퇴출시켰으며, 온라인의 대중들은 마치 성전(聖戰)이라도 치르듯이 열폭했다.

다행히 재범의 표현이 오역에 불과하다는 주장들이 나오면서 사태는 진정 국면에 이르고 있다.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박재범은 2PM으로 복귀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렇게 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마땅히 좋은 결과일 것이다(참고로 이 글에서 오역이라 함은 문장의 단순한 해석뿐만 아니라 문제적 표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수용 태도까지 두루 포함한다).

   
  ▲ 2PM ⓒ2PM 공식 홈페이지  
 

문제를 봉합하는 오역 논란

그렇지만 문제는 정말 해결되고 있는 걸까. 자연스러운 이치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가 복잡하게 되길 꺼려한다.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어지럽고 세상이 만만치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벼랑 끝에 몰린 삶인데, 누군들 그러길 바라겠는가. 그래서 종종 우리는 아프고 힘들 때 환부를 도려내기보다는 겉모양만 봉합해서 상처 자체를 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박재범 사태를 두고 일어났던 제반의 상황들은 우리가 이 세상을 복잡하게 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하는 매우 강한 신호를 보내왔다. 도대체 미디어는 왜 그렇게 날 뛴 걸까. 연예기획사와 관련업계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네티즌들은 왜 그렇게 광기에 빠졌던 것일까. 여러분은 이 모든 궁금증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미디어는 ‘1인미디어-인터넷미디어-주류미디어’의 삼각동맹을 통해 근거와 실체를 알 수 없는 보도로 사태를 확대재생산한다. 문화산업계는 주식시장에서 자기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각종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설수에 오른 식구를 과감히 퇴출시킨다. 대중들은 해묵은 애국주의의 포로가 되어 애국하지 않는 시민을 ‘마녀사냥’하고 사회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 신호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고 따지는 담론들이 이 모든 문제들을 일거에 봉합해버린다. 모든 문제는 연예인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기 일쑤이며, 그와 동시에 문제투성이 대한민국은 자신의 비정상성을 은폐한다. 어쩌면 이것이 모두가 바라는 결과일지 모르겠다.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이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면 별 문제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오역’은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오역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은 <PD수첩>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재범에 대한 한국사회의 오해를 풀어줬다. ‘한국 역겹다’는 재범의 표현이 10대 트윙키의 일상적 표현인 데다, 오히려 데뷔를 준비하면서 한국을 사랑하게 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로써 재범은 ‘무죄’가 확정적이다. 적어도 이제는 재범이 그동안 입었던 상처로부터 마음을 추스르는 것만 남은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재범의 귀환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발목을 붙잡는 ‘오역 불과’ 담론

   
  ▲ '2PM' 멤버 박재범ⓒJYP엔터테인먼트
 
그렇지만 재범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한국대중문화의 전반적 지형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마저 수그러들어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를 ‘오역에 불과합니다’라고 결론 내리는 방식은 문제를 상상적으로만 해결하는 것이지 우리 자신과 대중문화가 ‘자기-전화’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다음부터는 번역과 해석을 잘 해야 한다는 교훈만 계승될 뿐) 연예인 희생양 삼기의 가십 문화, 연예산업의 시장지상주의 논리, 미디어의 경쟁적 자기 복제, 대중들의 애국주의적 열폭 등은 언제나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다.

실제로 오역이었다는 주장은 실로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 온다. 재범의 표현이 오역이었다는 주장은 ‘우리 모두가 아닌 연예인만이 공인’이라는 프레임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오역이니 공인으로서 재범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연예인=공인’이라는 공식은 존속하게 된다. 그들의 사생활은 앞으로도 감시 받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구설수가 될 만하면 사회적 불안의 희생 제물로 바쳐질 것이다.

애국주의와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의 애국주의적 공세에 항변하는 대다수 팬들 역시 애국주의라는 문제설정을 근본적으로 넘어서지는 못했다. 대개의 경우 ‘재범이 사실은 한국을 사랑했다’든가 ‘실제로는 애국하지도 않는 인간들이 어디 와서 행패를 부리냐’는 식으로 대항했다. 이런 반응들 또한 애국이라는 당위적 전제를 채 뿌리치지 못했던 셈이다.

미디어와 문화산업의 관행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원래 그들은 대중정서나 한국사회에 대해 별반 책임의식을 가지지 못하므로, 문제가 오역으로 판명나는 것 또한 그리 나쁘지 않다. 미디어야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짐짓 점잖은 척하면서 폭력적인 네티즌과 대중을 꾸지람하면 그 뿐이고, 문화산업 역시 재범이라는 유닛이 별 탈 없이 귀환하면 그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자행한 구조적 폭력에서 언제나 면책특권을 누린다.

그렇다.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오역 판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지속시키자는 주장이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는 문제의 뇌관이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심지어는 팬심 역시도 문제가 사회적으로 ‘비화’되는 것을 두려워함으로써 미디어, 문화산업, 대중심리 등에 대해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할 뿐이지 않는가. 오역에 불과하니 이제 논쟁을 일단락 짓자는 식으로 말이다.

‘그’를 다시 잃을 순 없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오역 해프닝으로 귀결되는 것을 조심스럽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재범은 돌아와도, 연예인만 공인이라는 사회담론, 시장논리가 모든 것을 전제하는 문화산업, 모두를 광기와 폭력으로 몰입시키는 애국주의 등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관행들이 이런 식으로 봉합되고 존속된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재범은 계속 출현할 것이다. 다음 차례는 아마 택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닉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 오기까지 우리는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몇몇 성찰적인 미디어(예컨대 <PD수첩>), 용기 있는 연예인들(예컨대 2PM 우영의 발언), 신중한 JYP엔터테인먼트(예컨대 시애틀에 방문한 박진영) 등의 노력은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팬들의 재범 구명운동일 것이다. 보이콧도 불사하는 한편 JYP를 찾아가 상징적이면서도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재범은 돌아올 것이다. 그가 돌아오길 간절히 염원한다. 그가 없는 2PM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2PM은 여섯 명도 아니고 일곱 명도 아니다. 2PM은 하나다. 마침내 그는 올 것이다. 돌아왔을 때 그는 정신적으로도 더욱 강한 유닛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찌 두근거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 어찌 그를 다시 잃을 수 있겠는가. 이제 감시 받아야 할 것은 연예인이 아니라 찌라시 언론과 시장주의적 산업이어야 한다. 이제 공격 받아야 할 것은 비애국심이 아니라 구조화된 폭력과 광기이며 또한 평등에 대한 요구를 애국심 따위로 포장하는 우리 자신의 잘못된 습성이어야 한다. 오역으로 재범 사태는 끝나(고 있)지만 진정한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이어야 한다. ‘그’를 다시 잃을 순 없다.

<글 싣는 순서>

① ‘연예인은 공인이다’의 숨은 논리
② 연예기획사의 생리: SM, YG, JYP의 기업문화
③ 찌라시 언론들의 ‘삼각 동맹’
④ 애국주의에 빠진 '대중들'
⑤ 그래도 팬심은 팬심인가?
⑥ 오역이었다니! … 그러므로 모순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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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및 운영위원입니다. 주전공은 사회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플랫폼 자본주의, 도시재생과 민주주의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러서 이용자 여러분들과 교감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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