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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언론들의 ‘삼각 동맹’

by 김성윤 posted Sep 30, 2009 Views 4813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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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언론들의 ‘삼각 동맹’
[연재] 2PM 박재범 사태로 본 대중문화와 한국사회③
2009년 09월 30일 (수) 11:30:12 김성윤/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mediaus@mediaus.co.kr

사실 이 연재에서 다소 상식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 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번 사태를 미디어가 증폭시켰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는 듯하다. 재범의 <마이 스페이스> 글을 보도한 것도 미디어였고, 그것을 확산시킨 것도 미디어였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적어도 감을 잡고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현상 중에 하나는 이번 사태로 인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사람은 박재범과 박진영 밖에는 없다는 점이다. 문제를 키운 미디어 종사자나 네티즌들 중 사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한국 비하 발언이 사실상 푸념 정도에 불과할 뿐이고 맥락을 이탈한 오역이자 오히려 자신들의 불관용이 문제라는 게 만천하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다. 한 사람의 청춘을 송두리째 앗아갔으면서,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팬심을 짓밟았으면서도 말이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관용도 예의도 없다.

‘역겨워’-‘역겨워’의 강박

왜 사과하지 않는 걸까? 그것은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 때문이다. 특정인의 입과 손으로 대중스타가 곤란에 처하게 되었지만, 정작 일이 커지면서부터는 어떤 개인의 책임으로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사건의 경과를 좀 더 유형화하여 생각해보자.

(1) 어떤 팬페이지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이 재범의 옛날 글을 발견하고 “뭐, 이런 애가 다 있어?”하고 수다를 떨었다. 이 글은 삽시간에 블로그 등의 1인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다.

(2) 이 시대의 집단지성을 자처하는 네티즌들이 정확한(?) 번역을 들이밀고, 다른 네티즌들의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점차적으로 애국주의, 공인 윤리 등의 프레임이 형성된다.

(3) 어떤 기자가 뉴스거리를 찾아 헤매다 논란을 확인하고선 기자 본연의 촉을 세운다. ‘이거, 대박 감인데!’ 그리고 보도기사를 작성한다. 데스크는 취재 기자의 글을 보고 좀 더 민감한 제목을 요구한다.

(4) 그리하여 <‘2PM’ 재범 “한국 역겨워…美 가고 싶다”>는 글이 탄생한다. <동아일보>에서 시작한 ‘정말로 역겨운’ 보도는 거의 실시간적으로 <국민일보>, <한국경제>,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 주요 일간지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넷 언론으로 ‘복제’됐다.

(5) 촉이 좋기로 유명한 연예담론 전문 블로거,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비평 전문 블로거 등도 이 대열에 동참한다. 이제 일은 일파만파로 커진다. ‘역겨워’라는 말이 강박적으로 사람들의 리듬을 지배한다. 의혹은 집착으로, 집착은 광기로, 광기는 폭력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강박이 수그러든 것은 재범의 글이 10대 재미동포 비보이라는 문화정체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표현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부터였다. 오역, 적어도 탈맥락화된 번역이라는 반성이 제출되고서야 마침내 일이 진정된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은 다 벌어지고 난 다음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누구에게 죄를 추궁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 됐다. 재범의 글을 맨 처음 발견한 어느 네티즌? 이를 최초로 퍼다 나른 <동아일보>의 기자? 근거가 불명확한 보도를 재인용해댄 언론들? 사태를 키우는 데 일조했던 블로거들? 상황이 애매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애초부터 관용이 부족했다고 반성하는 와중에 그들 개인에 대해 불관용을 행사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시비를 걸 상황이 못 된다.

   
  ▲ 동아닷컴 9월17일자 관련기사 캡처  
 

미디어 삼각 동맹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그래서 우리가 유일하게 삼을 수 있는 표적은 미디어의 관행 자체로 귀결된다. 근거가 불분명하더라도 사회적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카더라’ 용법을 통해서라도 보도부터 하고 보는 행태, 다른 언론사의 ‘카더라’를 재인용하는 보도하는 행태, 나아가 이 ‘카더라’ 뉴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또 다시 인용하여 보도하는 행태가 악무한적으로 반복되는 것, … 등등.

속된 말로 하자면, 일부의 미디어 종사자들은 데스크에 앉아 날로 먹으려 한다. ‘정론직필’이라 함은 뉴스의 상호 당사자들로부터 온전한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최대한 공정성을 기울이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대중문화, 특히 연예산업과 관련해서 그들은 직접 취재는 물론이거니와 공정한 취재는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 박재범 사태에서처럼, 피해자가 될 소지가 가장 높은 재범 자신의 의견은 쏙 빼놓고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터뜨리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심산은 무엇보다도 오늘날 미디어 환경이 ‘제 살 깎아먹는’ 경쟁 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에 형성된 관행다. 누구보다도 빨리 터뜨려야 한다는 속보 경쟁의 관행, 그리고 누구보다도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해야 한다는 구독 경쟁의 관행 등이 현재의 미디어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다 말초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연예인 사건들은 오죽이나 하겠는가.

최근에 와서 기름을 붓는 것은 이러한 체제에 블로거 등을 비롯한 1인 미디어까지 가세를 했다는 점이다. 혹자는 1인 미디어의 출현을 두고 집단지성의 출현이라고까지 상찬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어서 기실 모두가 골로 갈 수도 있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다른 블로그보다도 신속한 정보, 다량의 정보,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고 양산하고자 하는 1인 미디어들도 주류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경쟁 체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은 오프라인 언론, 온라인 언론, 그리고 1인 미디어 등이 구축한 ‘삼각 동맹’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나아가 이 동맹은 스스로 뻔뻔하기조차 하다. 자신들이 재범의 반애국 의혹을 구성하고서는 정작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네티즌들의 광기와 폭력 성향을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율배반적인 작태까지 연출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변태적”이라고까지 하던데 가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동맹은 자기반성을 결코 하지 않으며 따라서 자기정정도 절대 시도하지 않는다.

제2, 제3의 박재범들

사람들이 현행하는 미디어를 두고 (거의 감각적으로) ‘찌라시’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디어 종사자들은 ‘미디어 관행’이라는 말로 자기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 간혹 그들 개인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들은 경쟁 체제에서 생존하려다보니, 여론을 그대로 반영하다보니 불가항력적으로 그렇게 된다고만 해명할 뿐이다. 그런 이유로 자신들이야말로 가장 폭력적인 주체이면서도 정작 그 책임으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처럼, 그저 관행대로 움직였을 따름이라고만 답한다.

물론 그들의 해명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고작해야 우리는 그런 관행을 알면서도 왜 뜯어고치려 하지 않느냐고 문책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미디어가 행사하는 폭력이 주체의 차원을 초월하는 상황 말이다. 이와 같은 대중문화의 풍토에선 앞으로도 제2, 제3의 재범은 계속해서 출현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사랑했지만 떠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박재범들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 사태는 진정됐지만, 문제는 계속된다.

<글 싣는 순서>

① ‘연예인은 공인이다’의 숨은 논리
② 연예기획사의 생리: SM, YG, JYP의 기업문화
③ 찌라시 언론들의 ‘삼각 동맹’
④ 애국주의에 빠진 '대중들'
⑤ 그래도 팬심은 팬심인가?
⑥ 오역이었다니! … 그러므로 모순은 계속됩니다

Who's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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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및 운영위원입니다. 주전공은 사회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플랫폼 자본주의, 도시재생과 민주주의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러서 이용자 여러분들과 교감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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