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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코로나19 백신, 누가 먼저 맞을지 얘기해야 한다

<경향신문>에 2020년 12월 8일 연재된 칼럼입니다.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2012080300005&utm_source=google&utm_medium=news_app&utm_content=khan#c2b
by 강남규 posted Dec 08, 2020 Views 136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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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지만 백신 보급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소식들을 보며 견딘다. 그런데 우리는 백신을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했을까. 어떤 백신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것인지는 이야기되고 있는 것 같은데, 백신을 언제, 어떻게, 어떤 순서로 배포할 것인지는 잘 얘기되지 않고 있다. 아직 이른 얘기라서? 글쎄, 백신 배포의 정치적 쟁점들을 고려하면 지금도 늦은 느낌이다.

 

먼저 ‘언제’의 문제. 본격 상용화 시점이 재·보궐 선거, 그리고 대선과 포개져 있어 이 문제는 정치적 쟁점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의 문제도 있다. 백신을 못 믿는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 15개국 시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율을 조사했는데, 여기서 한국인의 동의율은 83%로 나타났다고 한다. 나머지 17%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독감 백신 공포’가 확산된 일도 있었으니 걱정은 더 커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우선적으로 확보된 3000만명분의 백신을 ‘어떤 순서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 사회는 최근 몇 년간 ‘공정’이라는 문제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해왔는데, 백신을 누구에게 먼저 배포할 것이냐는 논의는 공정의 문제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질문을 조금 이르게 던지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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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시스

 

그렇다면 누가 먼저 맞을 것인가. 첫 번째 논의는 쉽다. 세계보건기구의 ‘백신 접종을 위한 전문가 자문그룹(SAGE)’과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 같은 세계적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현장 의료진을 최우선에 꼽는다. 감염 위협에 가장 가까이 노출된 사람들이면서, 감염되면 의료 공백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어서 꼽히는 그룹은 감염 시 가장 위험한 고령층·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이다. 이들이 감염되면 중환자 병상을 점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일반 환자들에게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다음 논의부터 약간 어려워진다. SAGE는 다음 순위로 빈곤층·장애인·노숙인·난민 등을 들었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안한 노동조건으로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워 재확산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같은 이유로 소수인종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이런저런 우선순위에 따라 백신 접종을 하다 보면 젊고 건강한 사람들의 순위는 한참 밀린다. 세계보건기구의 한 수석과학자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려면 2022년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하게 하자면 단순히 추첨을 통하거나 지난 2월 마스크 대란 때처럼 무작정 줄을 서면 된다. 그런데 앞서의 논의가 보여주듯 안전의 문제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백신을 맞아야 비로소 안전해질 수 있는데, 그러려면 ‘공정’한 방식에서는 백신을 먼저 맞기 어려운, 그러나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인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결국 ‘백신을 어떻게 배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지금까지 논의돼온 공정 담론의 한계를 폭로하는 문제이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얘기다.

 

어쨌거나 이 논점을 서둘러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작업들을 나중으로 미루거나 간과했을 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종종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코로나19를 물리친 뒤 힘을 모아 사회를 재건해야 할 시점에 사회적 혼란을 부추겨 서로 상처를 줘선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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