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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 운동'이 던진 질문들

경향신문에 2020년 6월 23일 기고된 글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230300035&code=990100
by 강남규 posted Jun 23, 2020 Views 993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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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대학 교육이 전면 온라인 비대면화된 첫 학기가 끝나간다. 캠퍼스에 대학생들이 모이지 못한 결과로 대학의 많은 기능들이 중단됐고, 교육 기능만 다소 어설프게 작동했다. 별다른 이슈 없이 유야무야 흘러가는 학기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바로 그 때문에 중요한 이슈 하나가 떠올랐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그것이다.

반환을 요구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대학이 완전한 비대면으로 전환됐으니 대면 방식을 기준으로 책정된 등록금의 일부를 반환해달라는 것이다. 직관적인 논리는 힘이 세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등록금 반환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건국대학교는 처음으로 등록금 환불 결정을 내렸다. 반가운 일이지만, 이렇게 ‘민원 해결’식으로 진행되는 건 좀 아쉬운 일이다. 등록금 반환 요구 운동으로부터 더 깊이 뻗어갈 수 있는 논의가 많기 때문이다.

등록금 반환 요구는 대학이란 무엇인지를 따져 묻는다. 단순히 강의를 듣고 평가를 통해 학점을 받아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만이 대학의 기능은 아니라는 얘기다. 학생과 교수가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학생들끼리 마주치면서 발생하는 관계 맺기와 상호발전, 나아가 학생회·동아리 활동 등의 학생자치 영역까지, 캠퍼스라는 물질적 공간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요소들 또한 대학의 기능이다. 이 모든 기능이 골고루 녹아들어 등록금이라는 구체적 수치로 표현된다. 등록금 반환 요구는 이 지점을 분명하게 전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등록금 반환 요구가 대학이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암시한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등록금 수준은 굉장히 높다. 2018년도 사립대를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고, 전체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은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다시 말해 등록금은 대학을 돌아가게 만들고, 학생은 그 등록금을 내는 주체다. 그런 학생의 등록금 반환 요구, 즉 등록금의 ‘내역’을 직접 결정하겠다는 요구는 대학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명확한 의식이 없으면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뉴스핌 - [코로나19] 거세진 등록금 반환 요구...대학생 "온라인 강의 ...

출처 : 뉴스핌


이러한 요구를 단지 소비자 주권주의의 한 양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대학에서 빚어지고 있는 또 다른 갈등을 살펴보면 조금 더 능동적인 해석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가 도입되고 있는데, 여기에 학생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라는 것이다. 총장 직선제가 도입된 대학은 여럿 있지만, 교수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거나 학생 표의 영향력을 현저히 낮게 설정하는 식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부경대·경북대·전남대 등에서 이와 관련한 학생들의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총장 선출권이 ‘거버넌스’의 영역이라는 점과 이것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임을 고려하면, 등록금 반환 운동은 좀 더 거대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한편으로 정치권에서 등록금 반환 예산을 3차 추경에 반영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시종일관 ‘대학의 자율성’을 주장해온 대학이 책임져야 할 문제에 정부 예산을 대거 투입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와 대학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가? 해야 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그런가? 대학생 청년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 고작 그런 이유라면 안 하는 게 낫다. 그보다는 오랫동안 제기돼 왔던 사립대학 공영화 전환 정책의 첫 시작점으로 이 논의를 이어가는 건 어떤가.

2011년 반값 등록금 운동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전국적 규모로 ‘대학 문제’를 걸고 펼쳐지는 대학생들의 운동이 무척 반갑다. 이 운동이 등록금 반환이라는 단기 목적을 넘어 거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대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등록금 반환 운동은 이미 질문을 던졌다. 정치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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