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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공동체-효과

by 김성윤 posted Jan 19, 2018 Views 73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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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와 규제 문제로 시끄러운 마당에 잠깐 잡생각 또는 망상.
그러나 때가 되면 잡스럽지만은 않을 수도. 물론 그 때가 안 올 수도 있지만.

 

1. 암호화폐에서 눈여겨볼 논리 중 하나는 중앙은행과 조폐공사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 국가장치에 의한 화폐 관리가 아니라는 이야기인 셈.

 

2. 이를 가능케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마치 지역통화 시스템의 지구적 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도덕경제 원리의 부재가 다른 점이기는 한데, 어찌보면 (기술적 환경과 더불어) 도덕경제 요소를 제거한 것이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 같기도 하다. 참고로, 블록체인과 지역통화의 접맥은 노원구에서 실험중이라는 후문. http://v.media.daum.net/v/20180118113538393

 

3. 상품물신이 작동하는 세계에서 화폐는 사회적 관계를 상상케 하는 상징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블록체인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사회적 관계라는 질문도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 무엇이 안 변하고, 또 무엇이 변하게 될까.

 

4.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겠지만, 암호화폐를 단순한 허상으로 취급하는 건 지금 시점에선 조금 어리석어 보인다. 세계라는 게 상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의 복잡한 짜임으로 구성되는 한, 블록체인+암호화폐가 조직하려는 사회적 형식은 실정적 효과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그것은 바로 국가를 비롯한 중심적인 것에 대한 강한 거부라는 상상력과 결부되어 있다. 네트워크라는 무매개적 사회적 관계에 대한 상상은 (정치적 입장이야 어떻든) '어소시에이션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와 '보이지 않는 손의 근본주의적 자유주의'가 공유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6. 중심성에 대한 거부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민족을 비롯해 집합표상의 초월성이 노출한 역사적 문제는 주지하는 바와 같다. 단적으로 국가 권력의 폭력성과 무능함은 언제나 골칫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운동을 비롯해 관계를 재편하고자 하는 다양한 실천들이 구성원들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지배적 형식으로 취하는 건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7. 민족 이후에도 공동체를 가능케 한 마지막 보루가 있다면 그것은 사실상 화폐인 셈인데(우리는 화폐공동체에서 살고 있으니까), 블록체인이 약속하는 미래 이미지는 화폐의 초월적 지위마저 지워내겠다는 그림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우리들은 어떤 물신성도 어떤 매개도 어떤 집합표상도 없는 네트워크라는 (구조가 아니라) 직조물 위에서 살게 될 것이다.

 

 

8. 만에 하나 블록체인 담론이 사회학적 논점을 자극하는 순간이 혹시라도 오게 된다면, 아마도 두 가지 정도가 쟁점이 될 것이다. 하나는 실제로 집합표상 없는 사회적 관계의 창출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 관계가 무언가 다른 정치적 문제를 은폐하는 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세상에선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는데, 문자 그대로 인간주의를 비판하면서 동물이나 사물도 사회적 관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9. 시나리오를 하나 더 써본다면, (절대 간단할 리 없지만) 화폐의 초월적 지위가 정말로 붕괴된다면 이런 재미난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중앙은행의 무력화와 더불어 국가는 최종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신념과 행위 속으로 사회화된다는 것. n개의 국가장치, 뭐 그런 것. 보기에 따라선 아름다울 수도 징그러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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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및 운영위원입니다. 주전공은 사회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플랫폼 자본주의, 도시재생과 민주주의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러서 이용자 여러분들과 교감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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