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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논문

사회적 경제와 선물: 물신성, 마술성, 헤게모니

by 김주환 posted Apr 13, 2017 Views 438 Lik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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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과 마술

 

이 글에서 나는 사회적인 것의 구성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이한 설명 모델로 물신성과 마술성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인 것, 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 운동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물신성이 인지적 차원에서 사회적인 것의 표상의 불가능성을 드러내고 그러한 표상이 어떻게 그 불가능성을 은폐하고 비가시화하는지를 드러냄으로써 사회적인 것을 비판하는데 유용한 사회 비판의 모델이라면, 마술성은 인지적 차원이 아니라 프래그머틱한 인간 행위의 창조성 차원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를 구성하는가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물신성 모델과 마술성 모델은 사회적인 것을 접근하는 상이한 관점(비판의 논리와 구성의 논리)을 보여준다. 우선 물신성과 주술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 조금 더 세밀하게 알아보자.

 

물신성이란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산물이 바로 자신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것이 자체 고유의 법칙을 가지고 작동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그 산물을 숭배하고 급기야 그것에 종속되는 전도된 의식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지만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이 만든 산물을 숭배하고 그것에 종속되듯이, 물신성 속에서 현실의 인간들과 그 산물 사이의 주종관계는 전도된다. 이와 같은 물신성의 전도된 의식상태에서는 “결과물로 만들어진 인간들 사이의 관계의 표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의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대체”하는 오인이 발생한다. 때문에 물신성 구조에서 행위 공식은 “행위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행위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행위를 한다”는 명제로 표현될 수 있다. 맑스는 물신성의 발생 메커니즘과 그 효과를 특히 상품 분석을 통해 매우 인상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마술성은 “인간들이 초자연적 힘을 유도, 활용, 통제할 수 있는 자신들의 테크닉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여, 그 테크닉의 적용을 통해 원하는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고 여기는 행위 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술성은 물신성과 달리 인간 자신들이 만든 산물을 자신들의 주인으로 숭배하고 그것에 종속되어 노예 상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간 자신들이 ‘주인’이 되어 초자연적인 힘을 ‘수단’으로 삼아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이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특징으로 한다. 물신성 구조에서 인간은 노예로 전락하지만, 마술성 구조에서 인간은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주인으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마술성 구조에서 인간이 자신과 초자연적인 힘의 관계를 주인과 수단의 관계로 설정할 수 있는 자신만만함은 초자연적인 힘을 유도, 통제,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테크닉들(주문, 눈속임 손기술 및 기타 마술적 의례들)에 대한 강한 신뢰에서 연유한다. 따라서 마술성에서 중요한 것은 초자연적인 힘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그 힘을 인간이 활용 및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참인지 따위의 인지적 질문이 아니라, 모종의 마술적 의례의 성격을 가지는 테크닉들을 수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들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와 같은 프레그머틱한 질문이다. 

 

예를 들어 관객들은 마술사가 화려한 눈속임 손기술을 통해 장미, 비둘기 등을 만들어낼 때 그것이 허구로서 자신들을 속이기 위한 기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술사의 손기술에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관객들이 자신의 눈속임 기술에 속은 것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마술사는 관객이 보내는 박수에 정중한 인사로 대응한다. 이로써 마술사와 관객 사이에 상호 인정과 존중의 규범을 통해 하나의 사회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규범적 사회구성 과정에 마술사의 눈속임 손기술이라는 테크닉 사용의 퍼포먼스, 관객들의 모른 척 속아주고 박수를 보내는 테크닉의 퍼포먼스, 마술사의 또 역시 모른 척 속아주면서 정중히 답례의 인사를 하는 테크닉의 퍼포먼스들이 전략적으로 실천된다. 

 

 

여기서 물신성과 마술성의 차별점이 또 하나 도출된다. 물신성이 자신들의 주도성에 대한 망각과 현실에 대한 전도된 인식(오인)을 통해 작동하는 반면, 마술성은 현실을 정확히 간파(인식)하여 마술의 허구성을 인식하더라도 작동가능하며, 그렇기 때문에 인지적 차원보다는 타인에 대한 규범적 상호인정의 퍼포먼스 차원의 실천을 통해 사회를 스스로 구성해낸다는 점에서 물신성과 구별된다.

 

 

자본주의 세포형태로서 상품과 상품 물신성

 

맑스는 상품을 자본주의적 부의 세포 형태로 파악했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계의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맑스의 분석은 상품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한다. 본질적으로 상품은 시장에서 다른 상품과 교환되기 위한 재화이기 때문에 < X량의 상품 A = Y량의 상품B >라는 등가교환의 공식(‘단순한 가치형태’의 공식)이 자본주의 시장 교환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맑스는 등가교환의 시장 교환 원리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것이 참된 현실에 대한 일종의 전도된 의식, 그가 물신성이라고 부르는 현실 오인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봤다.

 

예를 들어 상품들 사이의 등가교환 공식의 표상에서 X량의 상품 A와 Y량의 상품 B는 시장에 ‘자유롭게’ 등장하며 서로 등가로서 “평등(equality)”의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이렇듯 시장에서 자유로운 판매자와 구매자가 수평적(평등한) 관계에서 관계를 맺고 서로의 필요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이들은 아름다운 “형제애(박애)”의 관계를 맺는다. 그런 점에서 등가적 상품교환의 표상은 "자유", "평등", "형제애"라는 부르주아 사회구성원리의 모델이 된다.

 

하지만 교환되는 상품이 인간 자체 즉 노동력 상품일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현실에서 노동자는 노동시장에 ‘자유롭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상품으로 팔 수밖에 없는 ‘강제된 자유’속에서 시장에 등장한다. 또한 현실에서 노동력 상품 판매자로서 노동자와 구매자로서 자본가는 노동력 상품과 임금의 등가교환이 아니라 노동 착취의 '부등가' 교환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둘은 지배와 피지배의 '위계적' 관계를 맺는다. 또한 그 둘 사이에는 형제애가 아니라 '계급투쟁'의 관계를 통해 맞선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가치형태의 등가 공식 < X량의 상품 A = Y량의 상품 B >에서 표상되는 상품과 상품 사이의 등가적 사회적 관계는 현실의 인간들 사이에 설정되는 강제된 임금노동 계약관계, 착취와 지배관계, 계급투쟁이라는 실재를, 각각 자유, 평등, 형제애로 전도시키는 메커니즘이다. 맑스는 이러한 전도 현상을 상품물신성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경제의 세포형태로서 선물(gift)

 

지금까지 서술한 맑스의 자본주의 및 상품 분석의 방식을 따라 사회적 경제를 분석해보면 어떨까? 자본주의의 부의 세포형태가 상품이라면, 아마도 사회적 경제의 세포형태는 선물(gift)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문자 그대로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라는 말이 표상하는 비경제․비시장적인 온정적 인간관계의 논리와 ‘경제’라는 말이 표상하는 차가운 이해관심의 시장 논리를 결합하고 있다. 그런데 마르셀 모스가 그의 대표 저서 <<증여론>>에서 밝히고 있듯이 선물 교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우리가 상호배타적인 범주라고 간주해온 ‘무사무욕’과 ‘이해관심’, '자발성(선물 주기의 자발성)'과 '의무(되갚기의 강제성)', '인격(사람; 하우)'과 '사물'이 분화되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스는 선물 교환의 이와 같은 범주적 미분화 상태를 ‘총체적 사회적 사실’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총체적 사회적 사실로서 선물 교환은 한편으로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무사무욕의 무조건적 헌신이나 이타성 나아가 종교적 희생의 숭고성이라는 성격을 지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대가를 기대하는 이해관심과 받았으므로 응당 답례를 해야한다는 사회의 도덕적 강제(또는 의무)의 성격도 동시에 지닌다. 또한 선물은 사물이지만 거기에는 선물 증여자의 인격(하우)가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곧 인격이기도 하다. 

 

흔히 사회적 경제를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이 표현은 동시에 총체적 사회적 사실로서 선물의 성격을 응집해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선물은 경제적 교환 논리와 인간 또는 사회적 연대의 상이한 논리를 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의 세포 형태로 볼만 하다.

 

맑스는 자본주의적 부의 세포형태로서 상품 분석을 통해 물신성이라는 전도된 의식 현상을 읽어냈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을 물신성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해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회적 경제의 세포형태로서 선물 분석은 어떠한 경로로 분석되어야 할까?

 

 

선물 교환의 물신성 구조

 

앞서 언급했듯이 선물은 일정부분 상품의 성격도 지닌다. 그런 관점에서 맑스가 상품 분석을 통해 물신성 현상을 읽어냈듯이 선물에서 물신성 현상을 읽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우선 선물 교환의 겉으로 드러난 표상은 증여자는 대가없는 무사무욕의 태도로 증여하고 수증자는 이를 감사하게 받으며, 수증자는 시차를 두고 그 역시 대가없이 되갚는 형태를 취한다. 그런 점에서 선물 교환의 표상은 무사무욕, 희생, 이타성 등과 같은 호혜적 연대의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의 선물 증여는 더 많이 가진 자가 적게 가진 자에게 선물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실제로 선물 증여는 답증여를 내심 전제한 채로 수행된다. 더불어 증여자는 선물 증여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 명예와 같은 상징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 계산 속에서 선물을 증여한다. 또한 양심의 가책의 계보학에 대한 니체의 통찰이 보여주듯이 선물 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의 관계를 채권자 채무자의 관계로 전환시킴으로써 이를 통해 증여자가 수증자를 부채감의 도덕 메커니즘을 통해 통제하고자 하는 권력과 지배의 전략 논리에 따라 수행된다.

 

수증자의 관점에서는 수증자가 선물을 되갚는 것은 받기만 하고 되갚지 않게 될 때 자신이 증여자와의 관계에서 열등한 지위로 강등되는 것을 막고 위계상 증여자와 대등한 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전략적 계산에서 수행된다. 또한 그것은 채무자로서 자신의 부채의식을 덜어냄으로써 증여자에 대한 도덕적 종속관계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전략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실제 현실에서 선물 교환은 이해관심의 맥락이 개입되어 있고, 이미 존재하는 부의 불평등 구조 위에서 작동하며,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둘러싼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상징투쟁이나 지배를 위한 권력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 맥락에서 수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선물 교환에는 상품 교환의 경우처럼 일종의 물신성 구조가 작동한다. 이를 상품물신성과 대비하여 ‘선물물신성’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품물신성은 ‘상품과 상품 사이의 사회적 관계의 표상이 현실의 실재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대체함으로써 야기되는 전도된 의식 상태’라고 정의될 수 있다. 마찬가지 논법으로 선물물신성은 ‘무사무욕, 희생, 이타성과 같은 호혜적 연대의 도덕적 형태를 취하는 선물 증여와 답증여의 사회적 관계의 표상이 현실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선물 증여의 이해관심,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부의 불평등, 상징투쟁와 지배를 위한 권력투쟁, 전략적 계산 등의 논리를 대체함으로써 후자의 현실을 비가시화하고 선물 교환의 현실에 대한 전도된 의식 또는 오인을 낳는 메커니즘’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선물 교환의 마술성 구조

 

하지만 맑스가 상품 분석을 통해 물신성 구조를 도출하는 방식을 선물 교환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선물 교환이 현실을 호도하는 전도된 의식 또는 인간이 선물에 대해 맺는 관계의 허구적 상상 관계의 표상, 쉽게 말해 이데올로기적 표상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왜냐하면 앞서 지적했듯이 선물은 시장에서 교환되는 상품으로서의 성격도 지니지만 동시에 비상품으로서의 성격 즉 인간들 사이의 도덕․규범에 기반한 사회적 연대의 성격도 지니기 때문이다. 특히 물신성 모델은 사람들이 현실에 대한 표상에 대해서 전도된 의식, 몰인식, 허구적 의식을 가지게 되는 인식론적 오류에 빠져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하지만 익명으로 기부를 하는 것과 같은 매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선물 교환의 경우 선물을 증여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선물이 겉으로는 무사무욕, 이타성, 희생 등의 표상 형태를 취하지만 사실은 그 배후에 답례에 대한 기대라는 이해관심, 상징투쟁과 지배를 위한 권력투쟁의 맥락이 놓여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무사무욕, 이타성, 희생으로 표현되는 선물 교환의 표상의 허구적 성격을 이미 충분히 간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 증여자나 수증자 모두 마치 그와 같은 배후의 맥락들을 ‘모른다는 듯이’ 행동하면서, 무사무욕의 이타적 희생 행위로서 선물을 증여하고 받는 상호작용 의례의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선물 교환에서 작동하는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선물 교환은 인위적으로 한 사회가 구성되기 위해 개인 상호간에 요구되는 도덕적 규범을 생산하고 재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마술적 의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에서 물신성과 마술성

 

사회적 경제의 세포 형태인 선물은 이처럼 물신성의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마술성의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선물에 대한 이와 같은 물신성 모델에 입각한 분석과 마술성 모델에 입각한 분석을 사회적 경제에 적용시켜보자.

 

물신성 모델에 따를 때 ‘휴머니즘의 온정주의’, ‘나눔’, ‘공감’, ‘상호 배려’와 같은 사회적 경제의 표상들은 현실의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존재하는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 지배를 위한 권력과 상징투쟁의 맥락, 국가와 자본의 통치 전략이라는 맥락 등을 비가시화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그것은 사람들이 적대와 투쟁이라는 사회적 관계의 실재 작동 논리에 대면하는 것을 회피하게 만든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는 사람들이 전도된 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물신성의 메커니즘을 지닌다. 하지만 물신성 모델은 사회를 비판하는 모델로서는 훌륭하지만 행위자들이 인지적 차원을 넘어서 공동의 실천을 통해 사회를 규범적으로 구성해가는 맥락을 포착하기에는 취약하다.

 

이에 대해 마술성 모델은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이 인지적 차원을 넘어서 도덕적 연대의 실천을 통해 자신들이 상상하는 사회를 규범적으로 만들어가는 맥락을 드러내 줄 수 있다. 주목해볼 부분은 사실 많은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경제의 실천 활동들이 포스트 복지체제 하에서 전통적으로 국가의 업무였던 사회복지나 사회보장 업무들, 실업과 빈곤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의 과제들을 시민사회에 떠넘기는 국가의 술책에 동조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사회적 경제 육성이 시민사회를 동원해 국가가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또한 이들 활동가들과 사회적 경제 참여자들은 사회적 경제의 실천 활동들이 국가의 행정권력과 자본의 경제권력에 맞서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실천이 지향하는 대안 사회 구성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은 단순히 현실에 대한 전도된 의식에 빠져 있거나 현실의 참 모습을 오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충분히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하고 사회적 경제를 실천한다. 이들은 화폐의 논리 대신에 인간의 논리, 연대와 공감 및 호혜의 논리 그리고 참여를 통한 민주적 원리에 기반한 실천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이나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시장이나 국가에 대해 도덕적, 규범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들은 기업과 같은 경제 주체들이나 정부와 같은 정치 주체들이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 이를테면 기업 이미지 제고(상징자본 증대)나 보다 효율적인 국가 통치의 일환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사회적 경제에 참여 및 장려하고자 하는 실천을 할 때 모른 척하고 박수를 쳐줌으로써 이들의 실천을 인정해준다.

 

이렇듯 ‘간파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하고 인정해주는 실천’은 마술성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이나 정부 역시 자신들의 도덕적, 규범적 연대를 통한 대안 사회 구성의 실천에 대한 인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법사의 눈속임 손기술에 해당하는 전략적 행위의 실천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마법사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훨씬 넘어서 있는 막강한 초자연적인 힘을 테크닉을 통해 유인하고 통제하여 활용하려고 하듯이, 사회적 경제 행위자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훨씬 벗어나 있는 더욱 막강한 유사-초자연적인 힘으로서 경제 자본의 힘과 국가의 행정 권력의 힘을 유인, 통제하여 활용하고자 하는 실천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 마술적 의례로서 활동가들이 수행하는 사회적 경제의 실천은 인지적 차원에서 정의되는 참된 인식과 오류 인식의 수준이 아니라 목적한 효과를 이끌어내고자 도덕, 규범적 자원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프래그머틱한 행위론적 실천 차원에서 수행된다. 마술사의 눈속임 손기술에 해당하는 그와 같은 사회적 경제 육성의 전략적 실천 활동들을 통해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과 성원, 이웃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시장과 권력을 넘어선 규범적 연대의 논리에 입각해 작동하는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효과를 산출하고자 한다.

 

 

마술 퍼포먼스로서 사회적 경제의 위험성 그리고 헤게모니

 

물신성 모델이 설명하는 행위 공식은 “행위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행위를 하는지도 모른 채 행위한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즉 물신성 모델에서 행위자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의도하지 않게 지배를 재생산하는 전도된 의식 및 행위 결과를 낳는다. 이에 반해 마술성 모델이 설명하는 행위 공식은 “오류임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오류에 기초하여 소기의 효과를 산출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를 한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물신성 모델에 따를 때 사회적 경제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지배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채 이루어짐으로써 지배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반면 마술성 모델에 따를 때 사회적 경제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전략적 행위를 통해 도덕적 연대에 바탕한 규범적 대안 사회구성의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전자가 사회의 지배 구조를 비판하는데 유용한 모델이라면, 후자는 행위자들의 규범적 사회구성 맥락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물신성 모델은 행위자들의 규범적 사회구성을 설명할 수 없고, 마술성 모델은 지배적 구조의 힘의 영향력을 간과하면서 행위자의 행위의 창조성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물신성 모델의 취지와 마술성 모델의 취지가 하나로 결합될 필요가 있다. 물신성 모델의 장점은 전도된 의식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적 힘에 대한 강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마술성 모델의 장점은 행위자의 창조성에 대한 강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모델은 헤게모니의 문제의식 속에서 하나로 결합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헤게모니 모델은 도덕, 규범적 자원마저도 헤게모니 투쟁의 전략적 자원으로 수단화한다. 헤게모니 투쟁의 성패는 현실을 얼마나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인식하느냐에 있다기보다는 그러한 전략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 지점은 마술사와 관객 모두 다 거짓임을 알면서도, 공동의 연대적 사회관계를 구성하기 위해서, 관객들이 마술사의 눈속임 손기술에 대해, 그리고 마술사가 관객들의 모른 채 해주기에 대해, 인정, 찬사, 존경의 도덕적 태도로 반응하는 전략적 테크닉의 활용에 상응한다.

 

하지만 헤게모니 투쟁은 단지 전략적 테크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헤게모니 투쟁의 전략은 항상 권력 관계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정세적 분석 위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 지점들이 고려되지 못할 때 투쟁은 의지의 낙관주의에 대한 맹목성과 순진성으로 전락한다. 즉 객관적 조건에 대한 몰인식은 행위자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다. 마술성의 사례도 동일하다. 마술성의 구조에서 행위자는 자신의 눈속임 테트닉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유도, 통제,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마술성 의례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오롯이 자신의 테크닉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과대평가한다. 인간 행위의 창조성에 대한 과대평가는 객관적으로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힘의 영향력을 무시함으로써 ‘하고자 마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식의 순진한 자발성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에서 그와 같은 객관적 힘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자본의 논리와 국가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눔, 상호배려, 상호인정, 희생, 연대와 같은 뜨뜻미지근한 가치나 행위 태도의 논리로 물질적 힘으로 존재하는 자본과 국가의 힘을 통제하고 원하는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견해이다. 맑스는 비판의 무기가 무기에 대한 비판을 대신할 수 없으며, 물질적 힘은 물질적 힘에 의해 분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나눔, 상호배려, 상호인정, 희생, 연대와 같은 가치나 행위 태도는 제도적 물질적 힘을 통제할 수 없다. 자본과 국가 권력의 제도화된 물질적 힘을 통제하고자 한다면 사회적 경제의 실천 역시 스스로 물질적 힘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경제의 실천이 나눔, 상호배려, 상호인정, 희생, 연대와 같은 표상들을 되뇌는 수준을 넘어, 그리고 협소한 사회적인 것의 바운더리를 넘어, 그것들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정치세력으로 변화시키는 실천으로 상승시킬 때 가능할 것이다. 즉 사회적 경제는 정치적인 것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과 결합되어야 하고 스스로가 정치적인 힘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물신성과 마술성을 결합한 사회, 정치적 실천으로서 헤게모니의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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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7.05.11 Category By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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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론/논문

    김주

    사회적 경제와 선물: 물신성, 마술성, 헤게모니

    물신과 마술 이 글에서 나는 사회적인 것의 구성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이한 설명 모델로 물신성과 마술성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인 것, 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 운동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물신성...
    Date2017.04.13 Category이론/논문 By김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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