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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그 한갓진 어려움에 대하여 (2)

by May posted Mar 19, 2017 Views 304 Lik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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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를 하던 친구는 오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서른이 훌쩍 넘은 그는, 그동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고민해본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대학사회에서 노동사회로 이동하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심지어 이사를 할 때에도 우리는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고 기존의 삶을 정리 할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에게도 그런 시기가 왔다고 여겼다. 그리고 얼마 후 집과 가까운 물류센터에서 오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루 4시간, 물류센터의 오전 

 

친구가 시작한 일은 매일 새벽 각 지역에서 모인 택배물을 배송 차에 옮겨 담는 일이다. 조건은 이렇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11시 퇴근, 4시간만 일한다. 단 매주 화요일에는 물량이 많아 12시 혹은 1시가 넘어서까지도 일을 한다. 오전반이 끝나면 오후반 사람들이 일을 하러 온다. 이렇게 물류센터의 오전과 오후가 돌아간다.

 

첫째 주에는 작업량이 많지 않아 늘 11시 전에 끝났다. 일찍 끝나도 11시까지 일한 분량의 시급을 준다고 하니 30분은 일하지 않고도 돈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물량이 많은 화요일은 12시, 1시까지 초과되는 시간만큼 돈을 더 받았다. 주 6일 일을 하면, 주말에 바로 돈이 들어오곤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취업준비를 할 수 있으니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주부터 발생했다.

 

매주 월요일은 물량이 적어 통상 5명이 일을 할 경우, 4명만 필요하다. 관리자는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거나 성실성을 기준으로 일할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친구는 첫 주에 4명 안에 들었지만, 그 다음 주에는 들지 못했다. 배경은 이렇다. 다른 사람들은 매일 6시 45분에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는데, 친구는 6시 50분에 출근해서 7시쯤부터 일을 시작한다는 것. 조회시간에 친구는 자신을 뺀 나머지 사람들이 15분 일찍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이 ‘불성실’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관리자의 타박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2주 차. 친구는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했다. 먼지가 너무 많아서 숨쉬기가 어렵다고 했다. 심지어 마스크를 써도 코에서는 까만 먼지가 한가득 나온다고 하니, 어린 날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하실 적에 창고와 냉장고를 오가며 기관지염으로 고생하셨던 때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전체 노동 시간이 짧아서 괜찮은 조건이라 여겼지만, 높은 노동 강도에 화장실을 한 번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컨베어벨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면, 남은 사람이 2,3배 빨리 물건을 옮겨야 한다.

 

 

물류센터를 오가는 사람들

 

물류센터에는 택배기사뿐 아니라, 친구처럼 단기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간다. 어떤 이는 동네 치킨집 사장이라고 했다. 또 어떤 이는 곧 제대를 하는데 휴가 나온 틈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또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모두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4대 보험이 적용될 리 만무하다. 여기는 늘 새로운 사람들이 드나들고, 그만큼 예비인력도 많은 곳이다. 일하는 환경이 열악할수록 높은 시급에 보험이 잘 되어 있어야 하지만, 보험료를 내기에는 임금이 적다. 시급은 때로 자신의 건강과 맞바꾸는 생명수당과 같다. 이 공간은 늘 거쳐 가는 일회용 노동자들의 자리이기에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통계인구에 잡히지 않고, 부당한 대우에 항의할 곳도 없다.

 

몇 주 후 친구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을 그만 둔 다음 주 관리자에게 문자가 왔다. 물량이 많아 오후에 일을 하면 일당 10만 원을 주겠다는 문자였다. 불성실하다고 타박하던 그가, 사람이 필요하니 높은 일당을 부른 것이다. 친구에게 마음이 흔들렸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나라면 흔들렸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곳은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뽑지 않지만 말이다.

 

친구의 취업준비 기간이 끝났다. 1년 계약직이지만 새로 시작한 일을 응원하며 작은 케이크도 먹었다. 1년 후 친구는 다시 일자리를 고민할 것이다. 집에 돌아온 나는 생각했다. 나의 일과 나의 노동에 대해 말이다. 안정적일 거라 여기는 정규직,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위태로움에 대해서 말이다.

 

노동, 그 한갓진 어려움에 대해 오늘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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