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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문화사회연구소

정치사회

사회적인 것: 질문 편

지난 2월 8일, 박사논문 출간 기념으로 서울 NPO센터에서 「‘사회적인 것’의 이데올로기적 지형」을 주제로 월례발표회 ‘월담’을 열었다. 온라인으로 담기엔 꽤 긴 내용이어서 순차적으로 연재를 해볼까 한다. 그리고 당시의 후기도 조금은 섞어볼 생각이다. 오늘은 여는 글이자 첫 번째 글로서 “질문 편”이다.
대략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질문 편, 2. 이론 편, 3. 담론 편, 4. 역사 편, 5. 결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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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posted Feb 25, 2017 Views 1053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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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와 공동체주의…. 오늘날 준동하는 ‘사회적인 것’에 관한 질문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다들 사회적이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냥 반(反)사회적이어선 안 되는 걸까. 페이트먼의 『성적 계약』을 비롯해 사회적인 것을 해체하고자 했던 정치적 도전들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이 모든 노력들이 쉽사리 망각되거나 혹은 좌파 대처리즘[1] 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다. 예술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금기에 도전하는 것이 예술의 본령이라면, 오늘날의 사회적인 예술들은 정치의 전선을 후퇴시켰거나 아예 도전 자체를 즐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사회적 경제가 됐든 마을공동체가 됐든 또는 도시재생이 됐든, 다들 성공 사례만 좇고 있는데 실패 사례는 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걸까. 정확히 말해, 왜 공식화하지 않는 걸까. 정치적 야심이 크다면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게 느껴질 텐데 말이다. 이 바닥의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어떤 것도 배울 생각이 없는 걸까. 적어도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다. 애써 만들어진 시민사회적 토대가 흔들릴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럴수록 이론은 사라지고 신화만 남게 되는 건 불보듯 뻔하다.

 

셋째, 어째서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사회적인 것을 주창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의 기본소득론을 비롯해 진보진영의 의제처럼 보이는 것들이 지배계급의 일부 분파에게도 수용되고 있다는 점[2]은 몇몇 중대한 역사적 진실을 가리키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일단의 위기의식이 관찰되는데, 그것은 바로 재생산의 위기에 관한 것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그런 점에서 정치적으로 과잉결정돼 있는 듯하다. 사회적 삶을 희구하는 대중적 요구와 축적의 토대를 재생하려는 이해관계는 그렇게 조우하는 게 아닐까. 사회적 권리를 위한 운동과 사회적인 것을 통한 통치와 축적 사이의 역사적 긴장을 주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회적인 것 없이는 어떤 정치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 점 때문에 정세적 판단은 지속적으로 곤란해진다. 주체화가 문제지만 주체 없이 실천도 없다는 점, 마찬가지로 언제나 공동체가 문제지만 공동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주체화 없이 생산관계는 재생산되지 않으며, 사회 없이 자본주의 경제는 작동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인 것이란 오늘날 정치의 최소 조건일지도 모른다. 지배하거나 저항하거나 모든 이들에게 사회적인 것은 필요하다. 결국, 사회적인 것 자체로 해방과 변혁의 전망이 담보되진 않는다.

 

어쩌면, 사회적인 것은 ‘해방’이나 ‘변혁’으로 환원될 수 없는 정치의 다른 공간에 관한 논점을 개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사회성과 사회적 권리 등등이 피지배계급의 소유물이자 의제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영역은 투쟁의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전장(戰場)에서 위로부터의 계급투쟁이 시도되고 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데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조건에서만 사회적 실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Notes

  1. 이날 정용택 선생이 뒷풀이 자리에서 알려준 논점이다. 대처가 취임 연설에서 “사회 같은 것은 없다”고 선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라클라우·무페를 비롯해 반(反)사회성을 강하게 내포하는 일군의 해체주의적 비평들을 꼬집기 위한 표현이라고 한다.
  2. 대표적인 사례로 유승민이 입법 주도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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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및 운영위원입니다. 주전공은 사회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플랫폼 자본주의, 도시재생과 민주주의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러서 이용자 여러분들과 교감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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