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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이자혜 사건이 보여준 웹툰 장의 결함

안팎으로 시끄럽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한 것이 사실은 무당이었다고 한다.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진창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이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류의 글을 써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써야 한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이렇게 되도 않는 글을 써내는 것 뿐이니까.
by 박범기 posted Oct 31, 2016 Views 1335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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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장의 시끄러움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어떤 일에 대한 것이다. 한 웹툰 작가가 미성년 성폭행을 조장 및 방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에 그 작가에 대한 작품이 연재중인 사이트에서 해당 작품을 내렸다. 그 작가의 작품을 출판하고 있던 출판사에서도 해당 작품의 출판을 중지시켰다. 격월간으로 발간되는 어떤 문학 잡지는 그 작가와 협업하여 잡지의 표지를 제작하였는데, 해당 작가의 문제가 붉어지자 표지를 바꿨다. 이자혜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자헤 작가는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웹툰을 그리고 많은 발언을 했었다. 그러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녀가 과거에 했던 일들이 문제가 되어 매장되었다. 당연한 귀결이다.

 

최근 들어 웹툰 장이 여러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잦다. 메갈리아를 옹호한 티셔츠를 입고 인증했다는 이유로 게임의 성우를 교체한 뒤 벌어졌던 논란에서 웹툰 작가들이 해당 성우를 옹호하였던 일이 있었다. 이때 웹툰 작가들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이 일은 이자혜의 사건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다만 내가 여기서 이 일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최근에 여러 논란의 중심에 웹툰 장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논란들이 웹툰 장의 작가 등용 시스템과 특유의 이용자 문화 때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용자 반응에 의한 작가 등용이 지니는 허점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웹 환경에서 제공되는 만화이다. 때문에 웹툰은 웹 환경의 특징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웹툰의 작가 등용 시스템은 웹 환경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용자의 반응이 있는 이야기라면 어떤 이야기라도 용인 된다. 웹툰에서 서사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나 소재이다. 아이디어와 소재만 반짝거린다면 이용자의 반응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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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작가 등용은 대부분 도전만화나 웹툰 리그와 같은 포털이 운영하는 웹툰 UCC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공간에서 이용자의 반응이 있는 이야기들이 선별되어 포털 및 웹툰 전문 플랫폼에 연재된다. 이 선별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회수, 댓글수, 별점과 같은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이런 반응들은 서사의 촘촘함이나 작가로서의 교양 따위와 상관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웹툰 장의 작가 등용 시스템에서 작가의 인격이나 인성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어떤 사람이고, 작가가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인기를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 일 뿐이다. 웹툰은 이용자user 중심 매체이다. 때문에 이용자의 반응이 충분하다면 작가가 어떤 사람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점이 웹툰 장의 여러 논란들이 계속 해서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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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혜의 <미지의 세계>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그 작품에 공감을 했고, 그 작품이 현실의 이야기를 적확하게 재현한다고 칭송했다. 그런 점에서 그 작품이 의미가 있노라고 말하고는 했다. 이용자 뿐 아니라, 평론가들도 그랬다. <미지의 세계>가 재현하는 세계의 적나라한 현실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주목했다. 작가로서 이자혜에 대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떤 인격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는 인물인지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어쩌면 사후적인 가치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자혜의 <미지의 세계>와 같은 작품은 몇 몇 전문가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이렇듯 주목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작품이 재현하고 있는 내용이나 현실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지의 세계> 뿐 아니라, 웹툰 장에는 여전히 수준미달의 작가들, 작품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한 비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이것들이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본다. 수준 미달의 작가, 작품들을 거를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이용자로서의 대중

 

 

웹 환경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웹툰의 경우, 웹툰을 보는 사람은 독자라기보다는 이용자user에 가깝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고, 평가하는 이용의 주체라는 말이다. 때문에 웹툰 작가와 이용자의 관계는 기존의 작가와 독자의 관계와 다르다. 웹툰 이용자들은 웹툰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넥슨 게임 성우 교체 논란이 커졌던 이유에도 이용자로서의 특징을 가진 이들이 작가들에 대해 평가하고 단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증폭되는 지점이 있다.

 

말하자면, 웹툰 장을 둘러싼 이런 저런 논란들은 웹툰 이용자들이 작가를 판단하고 단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노이즈noise들의 결과이다. 이 수많은 노이즈들은 걸러지지 않는다. 수많은 대중들이 저마다의 소리로 만들어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웹툰 장의 논란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웹툰은 적극적인 이용의 주체로서의 대중이 만들어내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단 하나 뿐이다. 대중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는 것이 그것이다. 지극히 고답적인 이야기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Comment '3'
  • profile
    김성윤 2016.11.02 13:02
    그렇다면 대중이 이용자가 아니라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저자의 죽음이 '고전적 의미에서' 미학적 기준을 하향평준화시켰을지언정 그 변화로 인해 새로운 기회가 개방되었던 측면은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쟁점이기도 하죠.
    마찬가지로 독자의 죽음이 이용자로의 전락을 암시하는 대중들의 수준 저하만을 초래하는 건 아닐 거라 봅니다.
    굳이 문화민주화 같은 익숙한 테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독자의 죽음을 통해 미학적 판단의 프레임이 변환될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나아가 대중이라 뭉뚱그려 부르는 존재들의 주체 형태에 대해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profile
    2016.11.07 01:54
    언뜻 창작자의 인성을 거르는 시스템이 뒷받침되는 장이 있는지 떠올려봅니다. 최근 문학계와 예술계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다양한 일들이 그러한 시스템의 결과는 아닐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언급한 이용자의 특성이 강해질수록 긍정적인 소비자 운동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또 언뜻 이용자(상품의 소비자?)의 특성이 장의 개방성을 확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 20
    2018대중 2018.06.13 18:16
    2016년에서 읽었더라도, 지금처럼 2018년에 읽어도 이 글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님은 웹툰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겨 시끄러운 것이, 전문가의 무관심(미확인)으로 인해 작가가 걸러지지 않아서, 또 장르 환경상 이용자 중심이기 때문인데 그 이용자는 '독자'라기보다는 '대중'이며 그 대중은 수준이 낮아서, 라는 두 이유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 글은 웹툰장을 중심으로 일어난 문제들을 사례로서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않고,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 역시 정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필자님 주장은 더욱이 웹툰장과 그 외 장르(이를테면 문학계, 연극계 등의 예술 장르라든지, 또는 온라인콘텐츠의 다른 영역인 게임, 웹소설 등)와 비교하는 등의 분석이 없어서 설득력이 낮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2017년 11월 "한 웹툰 작가가 미성년 성폭행을 조장 및 방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법적으로는 무혐의로 판결이 났습니다. 물론 법적 판결이 절대적으로 이 논란을 잠재우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사실"이 어디까지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수정이나 첨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차치하고, 대중의 수준이 높아지면 웹툰장에서 노이즈가 사라지거나 줄어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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