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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불러온 비관에 대처하기

by posted Oct 23, 2016 Views 155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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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동 혹은 비판이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가라는 주제에 대해 종종 대화를 하게 된다. ‘비판을 하다’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대중의 외면이, ‘운동의 가치’에 대한 대중의 비동의가, 운동과 비판이 종말을 고했다는 징후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다. 이는 가치나 신념과 같은 추상적 수준의 논의가 주는 난해함이 아니다. 단지 현실 영역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체감하는 곤혹스러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왜 사람들이 우장창창보다 리쌍 편을 드는지 곤혹스러워한다. 어찌하여 상대적으로 약자인 세입자를 비난하는 일이, 흔히들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를 옹호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공공연한 일이 되었는가? 리쌍이 보상금까지 지급하며 6년 가까이 장사를 하도록 참아줬고,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곱창 가게 사장이 진상을 부리고 있다는 식의 대중의 태도가 낯설다.[1]

 

이 자리에서 그 곤혹스러움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자 함은 아니다. 단지 그 곤혹스러움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을 뿐이다. 분명 대중의 반응에 느끼는 허탈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한 상식이 존재함을 이미 알고 있었고 또 그 널리 퍼짐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아닌데, 불편함은 새삼스럽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대중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대중과 멀어졌다. 동일한 장면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절대적 선이라고 생각했던 단순한 프레임이 흔들리고 있음을 목격한다. ‘역사는 진보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발전한다’라는 막연한 믿음이 흔들게 된다. 순응적이고 무감각해진 시대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연이어 뒤따라오는 허탈한 한숨은 시민사회의 동력이 고갈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운동이 정작 대중의 속마음과 괴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 모르겠다. 느슨해진 지지와 연대는 무언가 불편하다. 불편함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적절하고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낌에도 새로운 관점을 만들려는 시도가 미비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시민운동 영역에서 고수하였던, 대중에 대한 계몽적 태도에 대한 지양, 그리고 새로운 비전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대중과의 말 걸기를 낯설게 만들었다. 분명 우리는 (명확히 언어화되지 않은)합리성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오늘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동일한 시간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단지 민주주의라고 하는, 혹은 시장경제라고 하는, 다양한 이름으로 점철되는 체계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을 뿐이다. 추상화된 가치의 배후에 명시적으로 공유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감춰왔다. 자연스럽게 지금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인에 대한 불편함이 언어화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지성도 의지도 비관적이다.

 

선배 세대에는 분명한 이상향이 존재하였다. 그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으며 주저함이 없었다. 개인적 차원에서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였을지는 몰라도 그 세대를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공유된 감각이 있었다. 동물적이라 할 수 있을 감각으로 활동가가 무엇인지 시민사회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민주화라는 경이로운 경험이 주었던 감각은 (서로가 합의되지는 않았더라도) 각자의 사유 속에서 막연하게나마 어떤 유토피아를 상상 가능하게 만들었다. 형식적 민주주의의 기표 이면에 숨겨진, 각자의 유토피아는 달랐을지언정 동일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운동의 동력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은 대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달리, 후속 세대인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해야 했다. 상상 가능한 유토피아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현실에 대한 부정으로 점철된 비판이 쏟아진다. 최선이라 여겼던, ‘자유롭게 존재한다’는 삶의 지향은 구현 불가능한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고난 해진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부패한 정치나 경제를 폭로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가 되어버린 ‘폭로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일들이 쉬지 않고 쏟아지는 폭로의 시대에 개혁은 전무한 사회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위기를 유대적 관계를 통해 돌파하려는 시도는 불충분하다. 이러한 시도는 현실세계의 무언가를 은폐하고 적당히 타협하는 결과를 만들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고의 총합은 결국 시민사회 영역에, 그리고 종국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위험한 귀결을 초래할 뿐이다. 가득이나 선배 세대의 이상이 체제에 종속되어 버리는 상황을 목격한 지금, 정권의 포섭 속에서 영역 자체의 생존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수단에 집착한 채 목적을 상실한 것이 정작 누구인지를 말이다. 지금의 우리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문화의 혁신적인 변화로 인해서 오늘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들 사이에는 정의의 내용에 대한 공유된 이해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대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대하여 모두가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선을 선점한 듯 ‘우리의 정의’라는 말을 난잡하게 사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의에 관한 담론의 극단적인 이질성이 드러나는 지금 도덕적 균형이라는 관념에 대해서 다시금 그 경계를 설정할 말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저 선언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윤리적 열정을 동원해 정당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속가능함의 실질적 의미, 즉 안정적으로 생존함에 대한 대중적 바램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별 된 시민을 대상으로 편안함을 추구했던 지난날에 대한 처절한 성찰이 필요하다.

Notes

  1. “사람들이 왜 ‘우장창창’보다 ‘리쌍’편을 드냐고요?”. 오마이뉴스 2016.07.14. https://goo.gl/lusf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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