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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대중매체?

문화/과학 2016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by 박범기 posted Jul 23, 2016 Views 2445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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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웹툰

 

 

20151023_092616_0642.png.tn580.jpg

드라마로 만들어진 <송곳>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JTBC를 통해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마트에 설립된 노동조합이 본사와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다루었다. 노동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송곳>과 같이 노동문제를 전면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는 또 있다. <미생>이 그것이다. <미생>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드라마였다. 이 두 드라마는 드라마라는 다소 보수적인 매체에서 노동문제를 전면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두 드라마는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노동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이 두 웹툰 외에도 사회적 이슈들을 주된 소재로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웹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몇 몇 웹툰들은 대중매체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시대인들의 욕구를 재현하는 것이 대중매체의 역할이라 할 때, 동시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현안들, 특히 다수의 대중들이 외면하고자 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재현하는 대중매체가 다수의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들을 전면으로 다루고 있는 웹툰을 찾는 일은 매우 쉬운 일이다. 생활법률 상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이 에피소드는 2015년 8월 26일부터 현재 (2016년 1월 7일)까지 연재되고 있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는 테이크아웃드로잉과 싸이의 내용을 연상시킨다. 사실 이는 단순한 연상 작용이 아니라 작가의 직접적인 의도이다. 작가는 이 에피소드 하단에 맘상모 (맘편이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와 송현애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점) 의 도움을 받았다고 쓰고 있다. 그들의 도움을 받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다루었다는 말이다.

 

<천적>의 경우 다양한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갈등을 하나의 경기로 파악하여 “일상의 대결”을 중계하는 형식의 웹툰이다. 이 웹툰에서 해당 경기들을 중계하고 해설하는 이들은 동물들이다. 동물들의 시선으로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묘사하는 셈이다. 이 웹툰에서 다루는 것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갈등들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비롯하여 최근 확산되고 있다는 노키즈존 카페, 몰카 등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일상의 대결이라는 주제로 이 웹툰은 재현한다.

 

다음에서 연재하고 있는 <이게 뭐야>와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모두에게 완자가>의 경우 성소수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생활툰의 방식으로 표현한 웹툰이다. 생활툰은 생활과 카툰catoon의 합성어로, 자신의 생활을 드러내는 방식의 웹툰이다. <이게 뭐야>의 경우 게이 커플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웹툰이며, <모두에게 완자가>는 레즈비언 커플로서 작가 본인의 이야기였다. 이들 웹툰은 생활툰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는 웹툰이다.

 

이런 경우와 같이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이슈들을 재현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이슈들을 다루는 웹툰들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청년 문제나 대학생들의 현실적 어려움, 물질적인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세태, 외모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우리사회의 현실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숙고해볼만한 이 사회의 가치들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다수의 웹툰들이 있다.

 

물론, 다수의 웹툰은 현실과는 상관없는 환상들을 만들어 내는 데 불과하지만, 몇 몇 웹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인 것들을 재현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긴밀한 영향을 끼친다. 대중매체가 사회적인 것들을 재현하고,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중매체의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웹툰은 기존의 대중매체와 다른 무엇이 있다. 적절한 환상을 만들어 그 환상 안에 자족하게 만드는 데서 나아가 직접적으로 사회의 모습을 당면하고 재현하는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웹툰은 기존의 대중매체가 사회적인 것들을 다뤄왔던 방식과 다른 형태로 사회적인 것들을 재현하고 있다. 이 점에서 사회적 이슈를 재현하는 웹툰은 다른 대중매체와 변별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나는 이 점이 웹툰이 지닌 미디어로서의 특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파악한다. 이후부터는 이러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웹툰의 재현이 웹툰의 어떤 특징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논할 것이다.

 

 

2. 웹툰, 이용자 중심 매체

 

웹툰이라는 용어는 웹web과 카툰catoon의 합성어이다. 용어에서부터 ‘웹’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만큼, 웹툰은 상당부분 ‘웹’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웹툰은 기본적으로 만화지만, 웹툰이 받아들인 웹의 특성 때문에 출판만화와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무엇보다 웹툰이 가진 웹의 특성은 웹이 가진 개방성이라는 측면이다. 웹툰은 웹처럼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웹툰은 이용자를 위한 매체로 거듭났다. 웹툰은 다양한 이용자들을 끌어들였으며, 웹툰이라는 형식의 서비스를 구축한 포털은 이용자들이 손쉽게 이용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웹툰 시스템을 만들었다. 웹툰은 무엇보다 이용자user 중심 매체이다. 이용자가 매체를 구성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웹툰을 보는 이들은 출판만화를 보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웹툰을 본다. 이 차이는 웹툰을 보는 이들의 성격을 바꿔놓는다. 웹툰을 보는 이들은 인쇄매체를 보는 이들처럼 독자나 수용자가 아니라 이용자이다.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이용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댓글, 조회수, 별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용자의 즉각적인 반응은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참조점을 제공해준다. 이용자의 즉각적인 반응이 웹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웹툰에서 이용자는 중요하다. 이용자의 반응과 코멘트들이 웹툰을 완성시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웹툰에 있어 이용자의 반응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의 웹툰을 만든 것이 무엇보다 포털이기 때문이다. 포털들은 자사의 트래픽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웹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포털은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이용자 편의적인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취했다. 포털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팬덤을 형성한 웹툰들을 우선으로 연재했다. 이용자의 반응은 포털이 연재하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주요한 계기가 된다. 연재가 결정된 이후에도 이용자의 반응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용자에 의해 만들어진 조회수는 이용자들이 웹툰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러 업체들은 조회수를 기준으로 웹툰을 정렬하게 하고, 인기 있는 웹툰들은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아 더 인기를 끌게 된다.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만화 플랫폼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네이트, 올레웹툰, 레진코믹스를 비롯하여 30여 개가 된다.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포털, 통신사, 해외, 스포츠신문, 웹툰전문플랫폼, 모바일 / SNS 플랫폼 등에서 총 4,661명의 작가가 4,440편의 작품을 연재” 하고 있다. 이 수치는 정식으로 포털 및 웹툰전문플랫폼에 연재를 하여 원고료를 받는 경우만을 포함한다. 그 외에 베스트 도전을 비롯하여 원고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 숫자가 훨씬 더 많아진다. 다른 어떤 대중매체보다도 콘텐츠의 양적 숫자가 많다는 것은 웹툰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대중매체인 영화와 비교해볼 때 양적 숫자가 많은 웹툰의 특징은 두드러진다. 2015년 한 해 동안 개봉했던 영화의 개봉편수는 총 1202편이다. 이 중 외국영화가 945편이며 한국영화는 257편이었다. 웹툰의 경우, 국내에서 제작되고 유통되는 것만 카운트 한 숫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콘텐츠의 양적 숫자로 웹툰을 따라잡을만한 대중매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웹툰은 어느 대중매체보다도 양적으로 숫자가 많기 때문에 인기와 비인기 작품의 격차가 뚜렷하다. 그래서 웹툰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의 인기를 모으기 위해 각자의 수단을 활용한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에 작가들은 작품이 다른 이용자의 공감을 얻게 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용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더욱이 웹툰은 과정으로 제시된다는 특징 을 가진다. 대부분의 경우 웹툰은 1주일에 1회 씩 정기적으로 연재한다. 각각의 회차에 대한 반응은 작품을 업로드한 직후 즉각적으로 나온다. 때문에 작가는 작품 연재에 있어 이용자의 반응을 예민하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작품의 인기가 결정되는데, 그것이 작품 지속을 결정짓는 주요한 동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에서 소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재가 좋다면 이용자의 반응을 쉽게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에서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들이 적극적으로 호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웹툰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든 용인된다. 이용자의 반응만 있다면 말이다. 웹툰은 다른 어떤 대중매체보다도 이용자의 반응이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이용자의 반응만 충분하다면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다. 어둡거나 불편한 소재들이 다른 대중매체와 달리 웹툰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를 재현할 때, 우회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다른 대중매체에 비해, 웹툰은 상대적으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잦다.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은 이용자의 반응 이외에 다른 것, 예컨대 광고주의 입김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누군가의 압박 같은 것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웹툰은 다른 대중매체보다 더 직설적이고 내밀하게 사회적인 것들을 재현한다.

 

웹툰은 개방되어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용인된다. 더불어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산된다. 그 안에서 사회적인 이슈들은 웹툰의 인기를 모으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웹툰은 반응이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이야기의 진폭이 넓다. 이 지점에서 웹툰은 사회적인 것들을 적극적으로 호출 한다. 그것들이 반응이 되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반응을 끌기 위해서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소재로서 사회적인 것들을 호출하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웹툰이 사회적인 이슈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은 그것이 이용자의 반응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유용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3. 사회적인 것들에 대한 개인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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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커플의 일상을 그린 <이게 뭐야>

 

앞에서 설명한대로 웹툰에서 사회적 이슈들이 적극적으로 재현되는 이유는 수용의 측면에서 나타나는 웹툰의 특징이 소재로서 사회적 이슈들을 호출하기 때문이다. 이 설명은 충분치 못하다. 부분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에 나는 생산의 측면에 있어 웹툰의 어떤 특징이 웹툰에서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들을 호출하는 데 영향을 미쳤음을 주장할 것이다.

 

웹툰은 제작이 쉽다. 다른 대중매체보다 비교적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생산의 측면에서 웹툰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예를 들어, 영화의 경우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웹툰의 경우 작가 혼자서 모든 제작을 도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자서 비교적 용이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중요한 특징이다. 과거의 출판만화 시절에는 대가들이 다수의 문하생들과 함께 단체로 작업을 하기도 했다. 출판만화가 대부분 웹툰으로 넘어오게 된 오늘은 과거의 출판만화보다 생산 방식이 간결해졌으며, 과거와 같이 여러 명이 협업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혼자 정말 적은 자본으로”할 수 있으며, “노동대비 효과가 정말 대단” 하다는 점은 생산에 있어 웹툰이 지니는 중요한 특징이다.

 

이 점에서 웹툰은 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매체로 거듭났다. 웹툰은 타블릿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웹툰을 그리고 올릴 수 있으며 별도의 유통 채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포털이 제공하는 웹툰 UCC공간이나 수많은 웹사이트를 통한다면, 누구나 자신이 그린 만화를 손쉽게 유통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서 이용자에게 충분한 반응만 얻는다면,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고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표현할 수 있으며, 이용자의 반응만 있으면 쉽게 등용된다는 점에서 웹툰은 창작을 하고자 하는 예비 창작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제작의 용이함이라는 웹툰의 특징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지닌 이들을 웹툰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웹툰만의 특징적인 장르는 생활툰이다. 생활툰은 말 그대로 작가 자신이 생활 속에서 겪는 일들을 만화로 그린 것이다. 때문에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 등이 가감 없이 표현되는 경우가 잦다.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 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생활툰은 때때로 사회에 대한 개인의 발언이 되며, 이러한 발언은 때때로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성소수자의 일상을 다룬 <이게 뭐야>나 <모두에게 완자가>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두 웹툰은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서 개인의 발언으로 유의미하다. 나아가 이 두 웹툰은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 형성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푸코는 “담론을 우리가 사물들에 가하는 하나의 폭력으로서,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부과하는 하나의 실천으로서 간주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한다. 담론이 지닌 실천적 측면을 강조하는 말이다. 웹툰이 담론적 실천을 하는 것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이지만, 분명히 어떤 웹툰들은 담론적 실천으로서의 역할을 지닌다. 웹툰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오늘의 시대를 읽고, 그것에 대해 반응하여 말하는 것으로 적극적인 담론적 실천을 하는 역할을 하는 매체라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담론적 실천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인물들이 많이 포진된 만화계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만화가들은 웹툰을 통해 집단적으로 의견을 모아 담론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에는 120여명의 만화가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 하며 릴레이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이처럼 만화가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를 왕왕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웹툰에서 사회적 이슈들이 적극적으로 호출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개인의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웹툰을 제작하는 몇 몇 웹툰 작가들은 웹툰을 통해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의 의도를 지닌다. 작가의 정치적 입장은 웹툰에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최규석의 경우 출판만화시절부터 일관되게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만화를 그려왔다. <송곳> 역시 과거에 그가 그린 만화의 연장선일 뿐이다. 다만 그것이 웹툰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었을 따름이다.

 

“만화 성과물의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저자 강조)을 반영” 한다. 웹툰에서 사회적인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호출하는 이유가 웹툰 생산자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다양한 생산자들 사이에서 몇 몇 웹툰 작가들은 적극적인 사회 개입으로서의 웹툰을 생산한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은 개인의 발언으로서 일종의 담론적 실천이 된다. 더욱이 이들이 생산하는 담론이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만화라는 쉬운 언어라는 점에서 이들의 담론적 실천은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다.

 

 

4. 사회적인 것의 재현? 문화산업으로서 웹툰이 지닌 한계

 

이상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나는 웹툰이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이유가 웹툰의 매체적 특징 때문이라고 본다. 미디어로서의 웹툰의 특징이 사회적인 것들을 적극적으로 호출하게 만든 것이며, 그것은 뚜렷한 경향성을 보인다. “미디어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공통된 경험과 공통된 대화의 주제를 제공한다.” 이 점에서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소재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대화소재가 되기 쉬우며 일상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 점에서 미디어에서 사회적인 것을 재현한다는 것은 대중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실천적 행위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 웹툰이 전면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현상을 두고 웹툰이 사회참여의 영역으로 넘어가며, 그것을 소셜웹툰으로 개념화하려는 담론들도 있다. 이런 담론들에서 말하는 ‘소셜’은 대게 진보적인 의제와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이때 소셜하다는 명명은 어떤 정치적 효과 같은 것을 목적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적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긍정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웹툰이 사회적인 이슈들을 재현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이 다른 대중매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그것은 단지 미디어로서의 웹툰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웹툰의 경우 가벼운 스낵컬처snack culture의 일종으로 쉽게 소비된다. 다수의 대중들은 웹툰의 내용 그 자체보다는 웹툰이라는 형식 그 자체를 즐기고 그것에 익숙하게 길들여져 있다.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웹툰을 보는 것과 환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웹툰을 보는 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사회운동이라도 하는 양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첨예한 갈등의 정점에 있는 사회적 이슈를 재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대중매체를 보는 행위 그 자체가 사회운동에 대한 참여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인 것 역시 단순히 문화산업 안에서 개인이 즐기는 문화콘텐츠의 일환으로 소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문화산업 : 대중기만으로서의 계몽」에서 말하듯 문화산업은 어느 것이나 “항상 동일한 것을 끊임없이 재생산 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웹툰이라는 형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문제는 플랫폼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웹툰은 웹의 성질 을 공유하고 있다. 웹 2.0이 가진 개방성과 폐쇄성의 공식 역시 웹툰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다. 이 한계 안에서 웹툰은 플랫폼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리 유의미한 웹툰이라 하더라도 포털과 웹툰전문플랫폼의 관리를 받는다는 말이다. 이처럼 웹툰이 사회적인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재현한다 하더라도 웹툰이 지닌 한계는 명확하다.

 

그렇다고 웹툰이 지닌 가능성이라는 측면을 송두리째 무시할 필요는 없다. 웹툰은 무엇보다 개인의 선택이 중시되는 미디어이다. 웹툰은 이용자와 생산자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웹툰 장은 개방되어 있다. 이 장은 수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안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용인된다.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을 찾아 듣는다. 말하자면, 열린 장 안에서 작은 이야기들을 통한 다양성의 증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양성의 증진이라는 차원에서 몇 몇 웹툰은 사회의 부조리하고, 다수가 외면하고자 하는 사회의 모순들을 대면시키는 웹툰을 제작한다. 그것을 통해 사회의 모순들을 바꿔내고자 한다. 가능성의 측면에서 웹툰이 지닌 미덕은 이 점이다. 그런 지점에서 웹툰은 다른 대중매체보다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미디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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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평론가. 독립연구자.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pbk02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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