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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공단, 남동공간

제21회 인디포럼2016 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 실린 영화 <내동공간, 남동공단> (박군제, 2016)에 대한 리뷰를 수정한 글입니다.
by 최혁규 posted Jul 21, 2016 Views 1525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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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천 남동공단은 한 가족과 이주노동자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 시절 그들은 가난했다. 가족은 가족대로 먹고 살기 위해 공장을 힘겹게 운영했고, 두 명의 파키스탄 노동자들은 고국에 있는 식구들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불법 체류자로 공장에서 일을 했다. 그들은 이렇게 남동공단에서 조우했다. 이 공장은 그들의 내동공간(來同空間), 즉 ‘와서 함께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 가족의 아들이었던 한 청년은 공장에서 보냈던 유년기 시절에 대한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그 공간에 얽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재구성한다.

 

청년은 남동동단으로 향하며 희미한 불빛처럼 부유하던 그 시절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으며 조각들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당시는 회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즐거운 시절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공장으로의 여정에서 당시 두 명의 파키스탄 노동자가 강제 출국당했고, 그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의 공장이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는 사실을 복원해낸다. 기억의 복원은 주인공 자신의 회상과 동시에 주로 주인공 어머니의 회고를 통해서, 그리고 간헐적으로 아버지의 목소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복잡한 기억과 증언의 회로 속에서 과거를 복원해내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미디어에서 종종 목격했듯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 인상 요구를 자신의 아버지가 거절하고 그들을 쫒아냈다고 알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나는 왜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다른 곳에서 와서 함께 모인다는 것은 다시 각기 어딘가로 흩어지기도 한다는 뜻이다. 함께 모이는 내동공간은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이 흩어져 텅 빈 공간이 된다. <내동공간, 남동공단>은 이런 공간이 세 개의 겹으로 쌓여 있는 영화다. 가족과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함께 모였다 흩어졌던 공장의 물리적 공간,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회상하는 청년의 기억의 공간, 각종 이미지들과 내레이션 그리고 부모님의 목소리를 통해 구성되는 영화적 공간. 세 층위의 공간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기억이 왜곡된 이유에 대해, 어떻게 그 기억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이 공간에 초대된 우리도 마찬가지의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Who's 최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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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와 청계천기술문화연구실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이론과 미디어이론 그리고 과학기술학을 공부했고, 기술사와 영상문화,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동료들과 청계천·을지로 일대 기술자들의 기술-지식의 역사와 현재를 조사하면서 재개발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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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현장의 경험을 통용 가능하게 언어화한다는 것은 활동가들에게 해결해야 문제인 듯. 그리고 그러한 경험의 언어화가 문화연구의 초기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들고. 
    현장에 연구자의 몸을 둔다기보다, 현장의 몸에 연구자의 시각을 더하는 게 더 말이 되지 않을지.... 잘못하면, 몸 만들기보다 머리만 커지는 수가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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