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사단법인 문화사회연구소

에세이

지금 가능한 정치는 어디에...

by posted Jul 20, 2016 Views 138 Likes 2 Replies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Extra Form

2015101301580_6.jpg

맹기돈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해외의 이슈가 한국에서 화제다. 미국의 트럼프 돌풍과 유럽의 브렉시트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전세계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국 대선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항상 있던 일이지만 트럼프가 일으키고 있는 바람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의 태도나 성격부터 그가 내뱉는 언어까지, 기존에 알고 있던 대통령의 자질을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대선후보로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그는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었다). 그것도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민주주의적 정치가 안정적으로 이룩되고 있다고 배웠던 그 미국에서 말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 및 주장이 제기된다. 혹자는 반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이 증대되었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반지성주의가 널리 퍼졌다고도 한다. 어느 곳이나 정이 있으면 반이 있기 마련이지만 미국에서 반민주주의나 반지성주의가 논란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일부는 미국 시민이 반민주적이고 반지성적 성향이 널리 퍼졌음을 한탄한다. 결국 논란의 초점은 그의 지지를 이끄는 시민들의 태도,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만들어낸 작금의 상황이다.

 

브렉시트도 비슷하다. EU 탈퇴 여부를 놓고 벌어진 영국의 국민투표는 잔류와 탈퇴의 표차가 크지 않았기에  그 진통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브렉시트를 단순히 정치권에서 무책임하게 벌인 정치쇼라고 치부하기엔, 혹은 세계적인 흐름에 무지한 이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복잡하다.

 

국민투표 이후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무지한 이들을 나무라는 태도를 보였다. EU를 탈퇴하자는 측의 이유가 이민자의 증가가 부담스럽다거나 영국의 EU부담금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투정일 뿐이고 이들은 EU탈퇴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탈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언론은 파운드는 폭락할 것이고, 영국의 청년들은 암울한 미래를 예약했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EU가 무엇인지, EU의 나라들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탈퇴를 지지했다고 말하며 그들의 무지를 지적한다. 시기심과 질투, 그리고 무지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원인이고 현실이라는 것이다.

 

KakaoTalk_20160626_190649608.jpg

 

그렇다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이나 EU탈퇴를 지지했던 이들이 어떤 이들인가? 그리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정서는 무엇인가?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지겹게 비판했던, 그리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끝판을 보여줄 것이라던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세상에 대한 공포이다. 세계화되는 금융에 대한 공포, 국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공포에 대한 반응이 애석하게도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즉 오늘의 정의가 만들어낸 공포가 우리가 진보적 가치, 혹은 정치적 올바름이라 불렀던 무언가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학습된 규율에 대한 현실적 저항이 야만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낱 어릿광대라고 치부하던 트럼프의 성공이나 무지함의 결과라고 통용되는 영국의 EU탈퇴는 우리가 지금 달려가고 있던 골인지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대중을 상대로 한, 흔히 풀뿌리라 불리는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어차피 제대로 된 풀뿌리 전략이 부재하였던 시점에서 감수할 것이 적은 지금이 수정의 적기일 수도 있다. 도시에 문화공간을 늘리고 착한이라는 레토릭을 붙인다고 해서 마을이 정치적 공간으로 탈바꿈되지 않는다. 지금의 위기가 진정 '부재'한 사회적 관계 때문이었었는지를 되물어야 한다. 지금의 사회적 관계가 유발한 결과들에 대한 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과연 사적 소유의 욕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그리고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이 위기를 돌파할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을운동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구성해가는 운동이라 믿는다.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와 ‘나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란 질문이다. 그러나 마을에 공방을 만들고, 기업을 만들고, 또 모호한 관계에 집착하는 것이 나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치화 이전에, 가능한 정치가 과연 무엇인지를 상상하기가 너무 어렵지 않은가 싶다. 첨언하자면, 지금 우리는 알듯모를듯하지만 순수하다고 가정된 공동체의 시간과 공간을 준거로 생산되는 유토피아를 쫓고 있다. 충분히 시민화되지 않은 주체들과 함께 공동체라는 처방을 통해 지금의 혼란과 무질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려 한다. 분명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어쩌면 가능할 것 같다는 의미로 강변되는 신성함이 공동체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성함이 정치적 가능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분명하다. 문화를 통한 민주적 경험의 기획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Comment '1'
  • profile
    김성윤 2016.07.21 01:45

    사교적 관계 이전에 주체성에 관한 문제를 던지는 의미 있는 글!


팀 블로그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들의 연합 블로그입니다

  1. 대중문화
    profile

    웹툰,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대중매체?

    1.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웹툰 드라마로 만들어진 <송곳>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JTBC를 통해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마트에 설립된 노동조합이 본사와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다루었다. 노동문...
    Date2016.07.23 Category대중문화 By박범기
    Read More
  2. 에세이
    profile

    냉장고 없는 삶에 대하여

    냉장고가 없는 곳이 로도스라고? 몇 해 전, 어떤 이가 냉장고 없는 삶에 대해 쓴 글이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는 그 글에서 “자본주의적 삶의 폐단은 모두 냉장고에 응축돼” 있으며, “냉장고...
    Date2016.07.23 Category에세이 By박범기 Reply1
    mb
    안녕하세요 mbc 휴먼다큐프로그램 <세상기록48> 제작진입니다. 현재도 냉장고 없이 살기를 진행중이신지, 불편함점은 어떤것들이 있었는지 등 몇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https://open.kak...
    Read More
  3. 대중문화
    profile

    내동공단, 남동공간

    한때 인천 남동공단은 한 가족과 이주노동자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 시절 그들은 가난했다. 가족은 가족대로 먹고 살기 위해 공장을 힘겹게 운영했고, 두 명의 파키스탄 노동자들은 고국에 있는 식구들에게 생활...
    Date2016.07.21 Category대중문화 By최혁규
    Read More
  4. profile

    너무나 물리적인, 너무나 상징적인 테러 : 대테러전쟁 주식회사

    2000년 이후 국제 정세를 뒤흔들어놓은 두 가지 주요한 사건은 ‘9.11 테러’와 ‘리먼 사태’일 것이다.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미국 국방부 건물이 붕괴되며 전세계를 테러의 두려...
    Date2016.07.21 Category By최혁규
    Read More
  5. 에세이
    profile

    현장에 연구자의 몸을!

    연구소에서 진행중인 세미나가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있다. 이름하여 ‘문화연구 심화 세미나: 질적 연구방법론’. 현장연구를 위한 문화연구 세미나를 입문-심화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기획한 후, 작년 9월...
    Date2016.07.21 Category에세이 By최혁규 Reply6 Votes2
    오호, 잘 읽었음! 이건 이번에 새로 쓴 글임?
    분명 현장의 경험을 통용 가능하게 언어화한다는 것은 활동가들에게 해결해야 문제인 듯. 그리고 그러한 경험의 언어화가 문화연구의 초기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들고. 
    현장에 연구자의 몸을 둔다기보다, 현장의 몸에 연구자의 시각을 더하는 게 더 말이 되지 않을지.... 잘못하면, 몸 만들기보다 머리만 커지는 수가 있지 않습니까...?
    Read More
  6. 에세이
    profile

    지금 가능한 정치는 어디에...

    맹기돈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해외의 이슈가 한국에서 화제다. 미국의 트럼프 돌풍과 유럽의 브렉시트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전세계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국 대선이 한국에서 화제가...
    Date2016.07.20 Category에세이 By Reply1 Votes2
    사교적 관계 이전에 주체성에 관한 문제를 던지는 의미 있는 글!
    Read More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5 Next
/ 55

Recent Comment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