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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문화사회연구소

산업/정책/운동

모(某)극장의 ‘극장 스캔들’

세상에 다양한 영화가 존재하듯, 영화를 경험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현재 영화 시스템에서는 독특한 관람 기회를 갖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를 보거나,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로 영화를 본다. 하지만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모(某)극장>은 ‘비극장 상영’이라는 방식을 시도하여 극장이라는 기존의 상영/관람 시스템 바깥에서 영화의 사건을 만들어낸다. 또한 현재 영화산업에 묻혀 있는 ‘영화의 사회적 가치’를 환기시키며 영화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모극장은 주로 까페, 공원, 시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이들이 기획하는 영화제는 일반적인 영화 상영의 방식이 아니라, 장소 특이성을 살려 그 장소에 자주 오가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들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고 이를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각자 자신만의 영화제를 기획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직접 영화제를 개최해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어느 누구든 영화 상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로 카페도 만들고, 생협과 연대해 지역 활동도 하며, 대안적인 배급을 위한 플랫폼도 구축한다. 한마디로 아무개(某)의, 아무개(某)에 의한, 아무개(某)를 위한 극장을 만든다.

대안상영 특집을 맞이하여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모극장을 방문했다. 이 날은 <시[SEE]:사회>라는 모극장의 정기상영회가 있는 날이었다. 상영회를 몇 시간 앞두고, 김남훈 상임이사김선미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by 최혁규 posted Nov 27, 2015 Views 789 Lik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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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규 : 모극장의 상영회들을 보면 현재 <시[SEE]:사회>, <늘씨네와 벗들>, <팝업시네마테크> 등의 있고, 모극장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10월에 처음으로 개최했던 <랩톱영화제> 같은 대안상영회들이 있다. 대안상영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김남훈 : 우선 대안배급과의 연관성을 떼어놓고 얘기하긴 힘들 것 같다. 초기에는 관객보다는 생산자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모극장은 대안배급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안상영이 존재해야 했다. 대안적으로 상영하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대안배급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안상영이라는 게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상영을 해야 하는 거니까, 극장이 아닌 곳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굳이 사람들이 극장이 아닌 곳에서 대안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볼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처음에 다채로운 재미들을 생각해서 자체적인 대안상영을 시작했다. 그게 <랩톱영화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대안적인 상영회와 대안적인 배급망을 만드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혁규 : <랩톱영화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특히 “컴퓨터는 극장이다”라는 1회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김남훈 : <랩톱영화제>는 모극장이 준비 단계에 있던 2012년 10월에 시작한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당시 고민은 영화의 생산자의 영화감독이 상영 기회를 다각적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때 상상했던 그림이 버스킹과 플리마켓을 합쳐놓은 거였다. 100여명의 감독이 랩톱을 들고 놀이터 같은 데에 나와서 자기 영화를 틀고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보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런 막연한 상상에서 실험하고자 했던 게 <랩톱영화제>다. 그래서 우선 감독들을 선정했었는데, 당시에 청년기획단들 서로가 추천과 투표를 통해서 결정했다. 서울독립영화제나 다른 영화제에 출품했던 감독들 중에서 골랐고, 총 6명이 선정되었다. 이틀 동안 한 감독당 3~4편의 단편을 틀었다. 감독이 직접 랩톱을 들고와서 자기 영화를 튼다는 컨셉이었다.


최혁규 : 상영을 위한 시설 설비가 안 되어 있는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려 하니 힘들었을 것 같다. 상영은 어땠나? 주로 어떤 공간에서 상영했는가?


김남훈 : 2012년 10월부터 2013년 7월까지 두 달에 한 번 꼴로 총 다섯 번 했다. 네 번은 실내에서 했고 마지막은 선유도공원에서 했는데, 선유도공원 때만 프로젝션을 쏘면서 진행했지 나머지는 정말 랩톱을 갖고 와서 둘러앉아서 봤다. 처음에 장소를 여러 군데 물색을 하면서 ‘영화다방 와’ 같은 공간을 많이 생각했었는데, 이런 장소들은 기존의 상영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공간을 대관해서 자유롭게 상영하려 했다. 그래서 실내에서 했던 두 번은 문래동 ‘정다방’이라는 장소에서, 한 번은 홍대앞 ‘씽크카페’라는 곳에서, 나머지 한 번은 부산에 가서 했다.


최혁규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왔는지 궁금하다.


김남훈 : 1회 때는 부천문화재단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라는 창업 지원을 받고 있어서 돈이 많았다. 그래서 포스터를 400부 정도 뽑아서 홍대나 대학로에 마구 붙이고 홍보를 무작위로 했다. 홍보를 이렇게 해서 그런지 영화제 이틀 동안 70-80명 정도 왔던 것 같다. 부산에서 했을 때는 많지 않았다. 이틀 정도 했는데 40명 정도 왔다. 선유도공원에서 했을 때는 상당히 많이 왔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에 100명 가까이씩 왔었다. 그때 통계도 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대 초중반이었다. 여성이 60%고 남성이 40%다. 거의 20대였고 학생들이었다. 지금도 20대 초중반의 여성분들이 많이 온다. 문래동에서 했을 때는 70대 분도 한 분 오신 적이 있는데, 문래동에서 문화예술쪽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었다. 그 분이 손녀한테 소개해서 손녀가 다음날 영화제에 왔고, 그 손녀가 청년기획단에 들어왔고 조합원이 됐다. 그리고 여기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웃음)


최혁규 : 그런 관계 좋은 것 같다. (웃음) 꽤 잘 진행되고 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그만두게 되었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김남훈 : 초창기에는 우리가 창업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돈이 꽤 있었다. 그런데 <랩톱영화제>를 자생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비용이 꽤 들었다. 그리고 <랩톱영화제>를 통해 우리가 확인해보고 싶었던 가능성 내지 다음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서 확인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2013년 7월에 선유도공원에서 했던 상영회를 마지막으로 하고 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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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규 : 가능성과 방향성은 무엇이었는가?


김남훈 : 당시 고민은 지역상영회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협동조합들이 여러 군데에서 만들어서 전체를 네트워킹하는 일종의 협동조합 연합회 방식으로 콘텐츠를 배급하는 사업 모델을 실행하는 거였다. 그래서 나름의 청년 풀들이 있다고 생각했던 부산이랑 전주에서 협동조합을 만드는 작업을 들어갔다. <랩톱영화제>를 부산에서 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에 모극장 같은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것은 완전히 실패했다. 초기에는 쉽게 복제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지역의 문화기획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서울이 많이 달랐기 때문에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지역을 그런 식으로 가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해서 지역에서 협동조합 만드는 일은 2013년까지 진행하고 중단했다. 하지만 그때 <공정무역 영화제>나 <모극장@스페이스노아> 같은 상영회도 하고 늘씨네라는 영화매개공간도 만들었다.


최혁규 : <시[SEE]:사회>도 그때 시작했나?


김남훈 : <시[SEE]:사회>는 2013년도 여름 정도부터 스페이스노아에서 시작했는데 여건상 올해 5월까지 거기서 진행했고, 이후부터는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옮겨서 진행하고 있다. 초기 이름은 <모극장@스페이스노아>라는 정기상영회이다. CGV강남이나 CGV강변 이런 게 있는 것처럼 모극장에 ‘@’을 붙여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특성에다 매칭하는 정기상영회를 기획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 스페이스노아라는 데가 있다는 걸 알면서 그 공간에다 영화 상영을 제안했다. 이런 상영회를 정다방을 포함해서 몇 군데에서 더 하려고 했었는데 예산이나 조건 때문에 쉽게 되지 않았다.


최혁규 : 이 상영회에서는 주로 사회적 이슈와 대한 영화를 상영한다. 오늘만 해도 <얀 겔의 위대한 실험>이라는 재개발, 도시재생,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도시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어떻게 이런 상영을 기획하게 됐나?


김남훈 : 영화를 보는 이유가 유흥과 여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들도 있을 거다. 그래서 재밌지는 않지만 영화를 매개로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적 문제들을 알게 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시[SEE]:사회> 포맷의 특징은 우리 공간에서 하는 게 아니라, 연계 공간과 연대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그곳의 공간적 특성이 반영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스페이스노아는 주로 청년이거나 스타트업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의 코워킹 공간이자 교류 공간이다. 이것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이스노아 쪽과 매달 기획회의를 하면서 주제를 먼저 선정하고 영화를 프로그래밍했다. 그런데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오면서 좀 바꿨다. 여기는 서울시가 위탁한 중간지원 조직이고,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관련된 정책들이 필요한 곳이다. 그래서 중간조직으로서 정보의 순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스페이스노아에서의 관객들은 청년이 대부분이었다면, 여기는 실무자나 전문가 중심의 관객들이 타겟이다.


최혁규 : <시[SEE]:사회>가 다른 공간에서 공간적 특성을 알려서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상영회라면, <늘씨네와 벗들>은 어떤 성격인가? 우선 늘씨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얘기해달라.

 

김남훈 : 2013년에 늘장 처음 생기고 나서 늘장 쪽에서 영화 상영회 같은 걸 하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이 왔다. 처음에는 거절했었는데, 다시 제안이 왔다. 늘장이 비닐하우스라 영화를 상영하기엔 힘든 조건이라서 망설였는데, 당시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아지트도 필요했고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상영회만이 아니라, DVD 라이브러리 같은 걸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는 영화매개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씨네를 만들었다. 그런데 사실 영화와 관련 없는 대관 수입이 제일 많다. (웃음) 근데 그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소모임이든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나 공동체들이 생기는 건 좋은 것 같다.


최혁규 : 그렇다면 <늘씨네와 벗들>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가? <늘씨네와 벗들>은 일명 “소셜피플, 영화를 만나다”로 손님을 초대해서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데, 늘장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잘 매칭이 되지 않는다.


김남훈 : <늘씨네와 벗들>은 늘씨네를 만들고 나서 여러 가지 정기상영회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다. 초기에는 영화의문이 늘씨네에서 정기상영회를 몇 회 진행했는데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기획해보기로 하면서 그곳이 카페라는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리고 지속할 수 있는 형태의 상영회가 뭘까 생각해보다가 주제 중심의 상영회가 아니라 특별한 손님이 추천한 영화를 상영하고 이야기하는 형식의 상영회를 기획했다. 그리고 그건 늘장보다는 늘씨네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면서 했던 거다.


최혁규 : 작년은 주로 영화감독, 평론가, 프로그래머, 시인, 작가 등 문화예술계 위주의 소셜피플을 초대했다면, 올해에는 기자, 사회활동가 등의 조금 더 다채로운 구성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이 선택한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대화 시간이나 뒷풀이 시간이 더 재밌을 것 같다.


김선미 : 대화나 뒷풀이는 게스트에 따라서 그리고 관객의 규모에 따라서 상이하다. 어떤 분은 강의로 준비하신 분들도 있고, 어떤 분은 편하게 술자리하면서 진행하길 원하시는 분들도 있다. 우선 <늘씨네와 벗들>은 10명 정도의 소규모 상영회인데, 적게 오면 우리도 난감하고 게스트 분께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많이 온 경우가 부지영 감독과 김성욱 프로그래머 때 정도다. 사람이 적을 때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좀 더 영화에 관한 개인적인 사연을 이야기하고 개인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친근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한다. 올해 같은 경우는 사전에 질문을 받아서 게스트 분들이 말할 거리를 준비해올 수 있도록 했다. 경험치가 쌓여서 점점 성공적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김남훈 상임이사가 뒷풀이 안주를 만들고 있는데 나날이 뒷풀이 안주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 (웃음)


최혁규 : 나중에 꼭 한 번 가보겠다. (웃음) 확실히 <늘씨네와 벗들>은 <시[SEE]:사회>와 성격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매개로 한다는 점은 같은 것 같다.


김남훈 : <늘씨네와 벗들>는 다양성 취향이다. 손님이 영화를 보는 방식, 만약에 디자이너가 손님이라면 디자이너가 영화를 보는 방식은 흔히 말하는 영화평론가가 영화를 보는 방식과 다르다. 이런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서 공유하고자 했다. <늘씨네와 벗들>은 영화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개인에 대한 얘기도 한다. 개인이 가진 영화적 취향이라는 것은 개인의 경험들이 축적되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처한 환경에 따라서 영화 보는 방식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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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규 : 그렇다면 프로그램 기획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김남훈 : 기획은 각각 팀들이 있다. 우선 늘씨네의 운영은 ‘작당모의자‘라는 팀이 맡고 있다. 직당모의자는 우리 조합원들이 만든 비영리단체다. 모극장과 관련된 단체는 아닌데 다들 모극장 조합원이다. (웃음) 그래서 공간도 위탁을 맡겼다. 늘씨네에서 하는 <늘씨네와 벗들>은 김선미 프로그래머와 작당모의자가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고.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하는 <시[SEE]:사회>는 센터 내 담당 직원과 같이 기획한다. <사랑의 영화나눔>이라는 상영회도 하는데, 거기는 주로 재영 씨라고 모극장의 다른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각 기획별로 공간별로 나눠서 하고 있다.


최혁규 : 프로그래밍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정해진 DB 같은 게 있는가?


김선미 :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DB가 있으면 굉장히 편할 텐데, 지금 상황으로는 정말 단순하고 무식하게 한다. 주제나 키워드, 예를 들어 여성이나 인권에 관한 영화제라고 한다면, 그와 관련된 영화제를 찾아본다. 더 넓게는 해외 영화제들도 찾아본다. 아직은 기존의 영화제나 배급사별로 구축되어 있는 걸 활용하는 단계다.


김남훈 : 그래서 우리가 아이쿱과 플랫폼을 만든다. <팝업 시네마>라고 하는 공동체상영 중계플랫폼이다. 여기에 영화제도 참여하고 배급사도 참여한다. 거기에 있는 콘텐츠들은 쉽게 싸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이런 것들이 구축되면 진행되기 편한 게 있을 거다.


최혁규 : 다 뒤지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웃음) 그럼 다음으로 시민프로그래머에 대해서 얘기해달라. 시민프로그래머가 무엇인가?


김남훈 : 사실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시민프로그래머다. 모극장 조합원들 중에서 영화를 전공했다거나 프로그래밍을 경험했거나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 전문적인 시네필도 아닌 영화를 대충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적당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부를 때 시민프로그래머라는 정체성으로 보게 된 거다. 매년 청년기획단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거다. 그 중에 하나가 <랩톱영화제>였던 거고 두 번째가 ‘영화의문’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진 거다. 영화의문이 시민프로그래머 양성을 진행한다.


최혁규 : 시민프로그래머라는 말은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전환 지점들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김남훈 : 영화의문을 조직하면서 시민프로그래머라는 말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사실은 우리가 겪어왔던 과정이 시민프로그래머 육성 과정이었고, 모극장이 경험해온 것들을 통해서 다른 지역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민프로그래머 양성을 시작했다. 여기서는 공동체 교육, 협동조합 교육, 영화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 등이 있다. 영화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은 강사들을 섭외해서 내부 스터디나 교육을 한다. 그리고 직접 프로그래머가 와서 프로그래머란 뭐를 하는 직업이라는 것도 강의해준다. 배급 전반적인 시스템이나 수급 같은 건 인디스토리 쪽에서 와서 강의해준다. 영화사 관련해서 스터디도 하고 멘토링도 해준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나 <팝업 시네마테크>는 이 시민 프로그래머 양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다.


최혁규 : 또 다른 상영회들도 있는가?

 

김남훈 : 이번부터 시작하는 <사람마중>이라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사랑의 연탐나눔’이라는 단체와 함께 그 단체가 연탄봉사하는 지역들을 찾아가서 영화를 상영하는 <사랑의 영화나눔>이 있다. 그리고 가끔씩 일회성 상영회 의뢰들이 온다. 영화 상영을 하고 싶은데, 기획을 하기에는 수급이나 절차와 관련해서 힘든 단체나 공동체들이 의뢰를 한다. 그러면 같이 의논해서 지역과 주제에 맞는 상영을 기획해준다.


최혁규 :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들도 있고, 위탁 받아서 진행하는 사업들도 있다. 어떤 경로로 위탁 받게 되는가? 대략 어떤 곳에서 많이 오는가? 비용은 어떻게 되는가?


김선미 :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것을 어디서 보고 의뢰를 준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전반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소개도 해주시고 한다. 취지가 다 다르듯이 의뢰도 제각각이다. 목적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다. 어느 정도 기획단계에 관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스페이스노아처럼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에는 공간에서 기회비용들을 받지 않고 같이 참여하기도 하고, 마포구에서 했던 상영회 같은 경우는 의뢰가 들어왔던 거니깐 일정한 비용을 받고서 진행한다. 이런 경우는 전반적인 걸 우리가 다 한다.


최혁규 : 운영지원비 같은 게 궁금하다. 특정하게 지원받고 있는 게 있는가?


김남훈 : 프로젝트별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지원사업이 하나도 없다. 하나 있는 게 출장지원 사업이다. 재작년 작년에는 초기 단계여서 지원금이 조금 있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받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H온드림’이라고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졸업한 팀들만 해서 했던 경연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받은 상금도 있었다. 그런 식의 자질구레한 것들이 있었다. 작년 재작년 적자가 엄청나기 때문에 올해는 어떡하든 자립하려고 한다. 이러다가 올해 안에 문 닫아야 될 판이다. 지원사업들을 받으면 좋겠는데, 자립을 위해 줄여나가려고 한다.


최혁규 :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초기의 문제의식도 있지만 영화산업 시스템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서 다른 식의 경제모델을 만들려 했다고 알고 있다.


김남훈 : 협동조합이라고 모델은 다주체 참여라고 하는 모델이다. 맨 처음에는 사회적기업이면 어떨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많은 주체들의 참여가 있어야 되는 거고, 생산자 조합이긴 하지만 생산자 조합의 느낌이 아니다.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생산자가 중심이 되는 조합, 즉 소비자 조합원이 없다. 실제로 관람자가 없다는 거다. 근데 이건 법적인 이유 때문인데, 협동조합법 안에서 조합원의 이용 금지 이런 조항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 하지만 반대로는 관람자의 역할이 관람하는 걸로서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영화제를 기획한다거나 영화를 선정한다거나 하는 게 일종의 시민으로서의 생산 참여라고 보는 부분이 있다. 관람운동하고도 연계가 되어 있는 거다. 관객들이 무언가를 조직해야 한다는 거다. 시민들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영화단체들이 있는데, 거기에는 관객들이 생각하는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서 시민들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영화는 자기들이 보겠다는 식의 부분들을 만들어간다고 봤을 때, 협동조합의 모델이 적당하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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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규 : 자립 같은 문제에 있어서 계획이나 가능성 같은 것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김남훈 : 협동조합의 장점은 협동조합끼리의 연대다. 아이쿱 생협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법제도 적인 제약 같은 것은 금융협동조합 같은 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서 제정적인 부분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식들이 다양하지 못하다. 이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최혁규 : 지역의 풀뿌리 상영에 대해서 말씀하신 부분이 궁금하다. 아이쿱하고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김남훈 : 아이쿱에서 먼저 제안했다. 아이쿱에서 공동체상영을 하고자 하고 각 지역마다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그런데 어려움들이 있다. 이 어려움을 상호 협력해서 해결하려고 하다가 중계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거다. 아이쿱이 조합원으로 출자하면서 들어오는 형식으로 해서 만들기로 했다. 그쪽에서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영화를 선정할 때, 정보에 대한 문제와 거래비용에 대한 게 있었다. 기존의 공동체상영은 한 영화에 대한 팬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공동체상영이 전환되어야 할 부분은, 공동체상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정기적으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면 시민프로그래머가 있어서 영화를 기획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반대로는 그런 거래비용을 낮춰줄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영화를 본다면 그 영화의 배급사가 어딘지 알아야 되고 전화해야 되고 수급해야 되고 등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플랫폼이 있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거다. 이런 것에 대해서 아이쿱은 의지가 있는 편이었다. 지난 7월에는 ‘협동조합의 날’을 맞이하여 사회적경제 기획상영회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최혁규 : ‘팝업시네마’라는 공동체상영 중계플랫폼이란 어떤 건가?


김남훈 : 우선은 한 사이트에 여러 배급사들이 모여 있는 거다. 마치 은행처럼. 소위 O2O(online-to-offline) 사이트다. 어쨌든 여기서 신청을 하면은 공동체상영이 이루어지는 거다. 이 안에서 누구나 쉽게 영화제를 만들 수 있는 거다. 공간도 검색할 수 있고. 내년에는 거기서 공간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공동체상영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보완해서 만들려고 한다.

 

최혁규 : 실제 구성원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역할들은 어떻게 되는가?

 

김남훈 : 나는 상임이사고 직원 세 명이 있다. 김선미 프로그래머가 상영과 배급 담당이고, 교육과 공동체 담당이 있고, 총무가 있다. 총무가 지금 공석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다. 4인 체제의 사무국이 있다. 예전에는 늘씨네 매니저도 사무국에 있었는데, 지금은 작당모의가 위탁을 하면서 빠졌다. 그리고 제작 사업도 하긴 하는데, 이건 조합원들 안에서 팀이 있어서 프로젝트가 발생할 때마다 팀이 구성된다. 이게 사무국이라면 조합원들은 30명일 조금 넘는데 상영사업이 있을 때 모였다 빠졌다 한다.


최혁규 : 마지막으로 모극장의 이름에 대해서 듣고 싶다. ‘모두를 위한 극장’이라는 이름을 보면 현재 극장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뉘앙스가 있는 것 같다. 선언적이고 운동적인 이름이다.

 

김남훈 : 이름 후보들 올려서 투표로 해서 결정한 거다. 그리고 애초에 합의를 한다. 이름을 정할 때 컨셉을 정하고 이런저런 맥락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고 고민해보자고 한다. 모두를 위한 극장은 어쨌거나 다주체고 영화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나야만 했다. 다주체의 참여를 통해 소외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도전하거나 지향한다는 것이 드러나는 이름이 뭘까 고민했다. 극장이라는 이름을 쓰느냐 마느냐 가지고 얘기가 많았었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든 극장이 될 수 있다는 맥락이 있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극장이 좋은 것 같았다. 처음엔 줄여서 모극장 했던 건데, ‘모’ 자를 잘 보다 보니까 ‘아무개 모(某)’ 자가 생각하면서 그걸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모(某)극장’이라는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다. 예전 명함에는 ‘공정영화협동조합’이라는 단어와 ‘모극장’이라는 단어가 동등하게 들어갔었는데, 올해부터는 ‘모(某)극장’이라는 이름을 점점 더 크게 넣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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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스톱! 스톱!”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던지 목이 다 아프다. 또 그 꿈이다. 작은 방송사고를 경험하고 난 후부터 시작된, 생방송 중에 내가 큰 방송사고를 내는 악몽.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악몽의 버전은 다양하다....
    Date2016.03.28 Category에세이 By정지은 Reply1 Votes2
    왜 찡해지는 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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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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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과잠을 왜 입는 걸까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스멀스멀 입기들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캠퍼스의 봄날을 알리는 지표가 마치 과잠(학과 점퍼)인 것처럼 돼버렸다. 과잠 입은 친구들이 늘어났네. 과잠은 벚꽃보...
    Date2016.03.24 Category정치사회 By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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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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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셋 버튼이 필요한 청년들

    ‘28세상’이란 칼럼에 한 가지 대의를 붙여보자면 대강 이렇다. 청소년문화를 다뤘던 전작 『18세상』(2014)을 내고 나니 일종의 헛헛함이 찾아왔다. 물론 더 잘 쓰지 못했다는 자기 책망이 제일 컸지만, ...
    Date2016.03.09 Category정치사회 By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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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산업/정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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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某)극장의 ‘극장 스캔들’

    최혁규 : 모극장의 상영회들을 보면 현재 <시[SEE]:사회>, <늘씨네와 벗들>, <팝업시네마테크> 등의 있고, 모극장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10월에 처음으로 개최했던 <랩톱영화제> 같은 대안상영회들이 있다. ...
    Date2015.11.27 Category산업/정책/운동 By최혁규 Vote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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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론/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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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관리, 또는 포스트-워싱턴컨센서스

    1990년대 후반, 영국·미국·독일 등에서 ‘제3의 길’이란 말이 유행하고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로 스티글리츠가 취임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원조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국제적 구제융자의 대가가 신자...
    Date2015.11.26 Category이론/논문 By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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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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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의 기술’

    유신시대의 문화적 풍경을 떠올리면 몇 가지 상투화된 이미지들이 있다. 귀 덮인 장발족들을 잡아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짧은 치마 위로 자를 대 치마 끝이 무릎 위로 20cm 이상이면 즉심에 넘기던 시대. 그리고 ...
    Date2015.11.25 Category정치사회 By김성윤 Reply1 Votes2
    일종의 자기 방어 기제(?)로서 굳이 첨언하자면, 어떤 복잡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었는데 결과적으론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아 두루뭉술 산만한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께는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불친절한 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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