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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 사회에서 ‘노오력’ 하며 살기

by 박범기 posted Nov 14, 2015 Views 1011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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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스펙이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어느 날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다른 사람이 된 상상. 키 크고, 정말이지 잘 생긴 훈남이 되어 있는 상상 말이다. 그 상상처럼 내 몸이 완전히 다른 몸이 된다면,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상상은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는 상상일 것이다.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외모지상주의>는 이 상상을 전면에 다루고 있는 웹툰이다. 이 상상이 누구나 할 법하다는 점에서 보편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성 싶지만 이 웹툰은 꽤나 많은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나무위키에는‘외모지상주의(웹툰)/비판’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이 웹툰은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들 중에서도 가장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작품 중 하나이다.”(나무위키, ‘외모지상주의(웹툰)/비판’, 11월 12일 검색)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이 웹툰이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 중 가장 인기 있는 웹툰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다.

 

이 웹툰의 주인공인 박형석은 못생기고 뚱뚱하다. 게다가 집까지 가난하다. 공부도 못하고, 학교에서 왕따도 당한다. 이런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잠을 자다 일어나보니 잘 생긴 몸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통해 주인공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 이 웹툰의 큰 얼개이다. 주인공인 박형석은 두 몸을 오가며 여러 일들을 겪는다. 이 두 몸은 동일한 사람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몸의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잘 생긴 몸을 얻게 되었다고 해서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상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변하면서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K-9.jpg
<39화>

 

 

이 웹툰을 그린 작가 박태준은 얼짱 출신이자 사업가이다. 박태준은 의류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인터넷 쇼핑몰은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이 웹툰의 제목이자, 주제는 얼짱 출신으로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부와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던 작가 자신을 연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웹툰은 외모가 하나의 자산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좋은 외모를 통해 많은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이 웹툰은 반복적으로 말한다. 이 웹툰에는 페이스북, 아프리카 TV 등의 SNS 및 1인 미디어에 대한 에피소드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좋은 외모를 통해 쉽게 인기를 끌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회의 단면을 이 웹툰은 재현하고 있다. 이런 재현은 표면적으로‘외모지상주의’라는 가치에 대한 비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사회에 대한 단순한 재현에 다름 아니다.

 

 

몸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 노오력

 

미셸 푸코는 「유토피아적인 몸」에서 몸을 하나의 장소로서 사유한다. 개개의 몸은 개인에게 강요된“어찌 할 수 없는 장소”(미셸 푸코 지음, 이상길 옮김,『헤테로토피아』, 28) 로, 개인은 자신의 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타인의 몸과 자신의 몸을 비교하면서 좋은 몸을 가진 이들을 부러워한다. 좋은 외모를 가진 것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자, 삶을 살아가기에 큰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스펙이다. 그러한 스펙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한다.

 

끝없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을 갱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요즘에는 노오력이라는 비아냥으로 쉽게 전치되고 있다. 왜 노력이라는 명사는 노오력이라는 비아냥이 되어 버린 것일까?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노력은 노오력이라는 비아냥으로 전치된다. 어떤 이들은 노오력을 해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어떤 이들은 노력 없이도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 헬조선이라는 익숙한 시공에서 불평등의 간극은 커져만 가고, 그 사이에서 노력은 노오력이라는 공허한 말이 되어버린다. 이 점에서 노력이라는 말은 노력만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외면하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 웹툰이 말하고 있는 노력 역시 이러한 지점에 있다.

 

 

K-8.jpg
<33화>

 

 

이 점에서 바스코는 중요한 캐릭터이다. 바스코는 “약자를 보호하고 잘난 애는 싫어한다는 ‘힘 센 바보’” (9화) 로, 노력을 강조하는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는 노력을 통해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준다. 바스코를 통해서 주인공인 박형석은 스스로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박형석이 못생긴 몸으로 살아갈 때, 그는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괴롭힘을 비롯하여 그의 삶이 어그러진 이유를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못생긴 몸 때문이라 생각한다. 잘 생긴 몸을 얻게 된 박형석은 자신의 못생긴 몸을 돌아보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애쓰게 된다. 주인공이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 바스코이다. 바스코는 약한 몸을 강한 몸으로 만들었다. 주인공인 박형석은 바스코를 보면서, 자신 역시 기존의 못생긴 몸을 단련하고 노력하여 좋은 몸으로 거듭나기로 한다. 박형석은 “스스로가 변해보기로 했다” (40화) 라고 말하며, 운동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극복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노력에 대한 강조는 이 뿐 아니다. 두 개의 몸을 가진 박형석은 12시간 단위로 두 몸을 번갈아가면서 생활한다. 이를 통해 박형석은 24시간 깨어 있을 수 있게 되는데, 2개의 몸을 통해 24시간 내내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 가령 축제 에피소드에서 박형석이 단기간에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된 것도 두 개의 몸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습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고사 에피소드에서 박형석은 1등을 하게 되는데, 이 역시 두 개의 몸을 오가며 24시간 내내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노력이라는 명사가 노오력이라는 비아냥으로 전치되어 버린 이유는 노력이라는 말이 노력만으로 되지 않은 구조상의 허점들을 외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여러 불평등은 쉽게 무시된다. 이 점에서 노력이라는 말은 때때로 위험하다.

 

* 이 글은 웹진 <문화다>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munhwada.net/home/m_view.php?short_para=culture_photo%7C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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