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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논문

시장 착근의 약속, 또는 ‘도덕환원론’

by 김성윤 posted Nov 04, 2015 Views 754 Likes 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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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성, 사회적 양극화, 인간성 파괴, 공동체 해체, …. 사회적인 것의 장(場)에서 반복되는 표현들은 그들의 표적이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위기임을 가리킨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제기되는 사회적 경제나 공동체 논리 모두 그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뒤따르는 논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위기의 성격은 무엇인가.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그 수준은 어떤가. 짧은 지면에서 이 모든 논점을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위기’라는 언어의 대중성에 비해 그러한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들은 천차만별이라는 점,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의 장에서는 모종의 ‘도덕환원론’이 문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앞선 두 번의 글에서도 다뤘듯이 마을만들기나 도시재생 같이 인간주의를 명시하는 공동체주의적 관행들에서 도덕환원론의 가능성은 비교적 명약관화하다. 그에 반해 경제적 삶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사회적 경제 분야는 좀 더 다른 논리를 가졌을 것으로 기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착한/윤리적 소비, 공정 무역,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등이 각각 나쁜/비윤리, 불공정, 무책임 등등을 대척점으로 삼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이러한 담론적·비담론적 관행들이야말로 각각의 경제 행위자들에게 도덕적 행동을 호소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위기의 성격이 분명해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도덕의 위기이다.

 

지금의 위기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는 진단조차도 분석적이기보다는 낭만주의적이고 회고주의적인 서사구조를 특징으로 삼게 된다. 이들은 비용-편익의 이해관심과 독점의 탐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는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살림살이 경제(실체적 경제)가 지배적이었는데, 돈벌이 경제(형식적 경제)가 득세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고충이 비롯됐다는 논리가 그렇다. 이러한 논법은 현재에 이르러 ‘상실’된 과거의 ‘낙원’을 근미래에 ‘회복’해야 한다는 서사적 세계관을 함축하는데, 이와 같은 담론적 질서에서는 자본주의 질서의 구조적 역학이라든가 현재의 국면이 지닌 복잡성 같은 것들이 자연히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인 것의 장 전반에 깔려 있는 폴라니주의 경향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회의 자기보호’ 경향을 함축하는 세계관 자체가 폴라니의 사회경제 이론과 선택적 친화성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실제로 이 장 내에서 규범적 동형화를 주도하는 이론가들 역시도 일군의 폴라니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태곳적 유토피아가 있었음을 설파하고(낙원), 다른 한쪽에서는 글로벌 자본가들의 탐욕을 꾸짖으며(상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시민사회의 호혜적 경제 창달을 부르짖는다(회복). 이쯤에서 그 모든 것이 점점 확실해지는데, 그들에게 사회적인 것이란 도덕적인 것쯤으로 제시될 따름이다.

 

어쨌든 이론적 수준에서 봤을 땐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들의 약속은 잠정적으로 유보되어야 할 측면이 있다. 도덕성이란 것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항할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시민사회와 그 내부의 행위자들은 그 같은 도덕성을 담보할 순수한 형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들의 도덕성과 상호성은 지금의 체계에 순조롭게 안착할 수 있을까. 사회 내로 시장을 착근시키겠다는 전망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면 대략 이러할 것으로 짐작된다. 어쩌면 우리는 ‘사회 내로 착근된 시장’과 ‘시장 내로 착근된 사회’의 이론적 구분에 실패할 수도 있다.

 

 

[글 소개] 중앙대 대학원신문에 4회에 걸쳐 연재하는 짧은 학술시평 "사회적인, 너무나 사회적인" 중 3 회. 모든 글들은 각각 다음의 질문들로 이뤄진다. ① 유적 존재로부터의 소외는 극복가능한가 ② 사회지향적 실천의 중간계급 편향성은 어떻게 그리고 왜 나타나는가 ③ 시장 착근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가 ④ 좌파와 우파는 어째서 대립하지 않는가. 세 번째 글은 사회적인 것의 장에서 제시하는 세계상과 세계관에 대해 검토하는 글이다.

[편집자 주] ‘사회적인 것’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CSR(기업의사회적책임)이나 CSV(공유가치창출)를 경영 윤리 삼아,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같은 기업 조직들이 가동되고,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로 물류가 순환되며, 사회책임투자와 사회혁신채권을 통해 자금이 조달된다. 일상생활은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체 지향적으로 재조직되며, 나아가 도시적 삶 역시 도시재생을 통해 부흥된다. 본 기획은 4회에 걸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맞설 거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적인 것’의 관행들에 이론적·정치적 쟁점들을 제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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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및 운영위원입니다. 주전공은 사회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플랫폼 자본주의, 도시재생과 민주주의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러서 이용자 여러분들과 교감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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