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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적인, 마르크스 이상의 경제학적 접근

posted Dec 29, 2018 Views 503

김공회 선생님은, 감히 평하자면, 오늘날 한국의 비판적 사회과학에 경제학적 접근의 자양분을 가장 활발하게 공급해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사회연구소와 경제학... 조금 낯설게 느껴지시나요ㅎㅎ 물론 경제학이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학적 설명 없이는 그 어떤 사회적 현상도 제대로 해명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와 자본론이라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강좌를 앞두고 김공회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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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강좌를 통해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학계에 이미 정평이 있으시긴 하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문화사회’연구소다 보니 ‘정치경제’ 개괄 강의를 열어주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수강생들에게 사전 질문을 받았는데 경제쪽 “생초보”도 들을 수 있겠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저도 문화사회연구소에서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영광입니다. 적어도 경제에 관한 한 ‘생초보’는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격현상, 생산, 분배, 노동, 화폐 같은 것들이 경제학의 대상입니다. 경제학이란 이렇게 우리의 물질적 삶과 관련된 사태들을 개념화하고 각 범주들 간의 연관을 밝히는 학문입니다. 굳이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삶의 물질적 차원은 삶의 다른 차원들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죠. 그러니 제 강의는 누구나 들을 수 있고, 꼭 제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현대인이라면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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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이 유독 어렵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 이것은 편견이지만,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비주류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비주류가 비주류인 까닭은 주류에 도전하기 때문이죠. 주류는 ‘사태 X는 A다’라고 할 때, ‘사태 X는 B다’라고 하는 게 비주류입니다. 주류는 ‘사태 X는 A다’라고 가르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비주류는 저 명제가 왜 틀렸는지, 왜 사태 X는 A가 아니고 B인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사태 X는 B다’라는 비주류의 명제는 홀로 있을 때가 아니라 ‘사태 X는 A다’라는 주류의 명제와 대비될 때 그 진가가 발휘됩니다. 바로 이것이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어려운 이유이고, 또 그것이 ‘경제학 비판’이라는 형식을 취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이는 모든 비주류 이론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2. 강의 소개글을 보니, 마르크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경제 외적인 부분으로 치우친 것 같아서 “유감”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거꾸로 사람들은 선생님이 경제학자시다보니 경제결정론적인 이야기를 할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선입견이랄까요. 아무래도 저희 주변에 ‘문화’ 관련된 분들이 적지 않다보니 그런 의문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 평소 고민(?)을 정확히 짚어주셨네요. 제가 위치가 좀 독특한데요,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종종 ‘사짜’ 취급을 받는 반면 다른 비판적 사회과학자들과 있을 땐 마치 제가 경제학의 현신이라도 되는 듯 맹비난을 받기도 합니다(웃음). 아마도 제가 연구 분야의 성격상 경제학과 여타 비판사회과학을 오가는 입장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아예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면 욕도 먹지 않겠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대사회에서 흔히 ‘경제학’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삶의 물질적 차원은 삶 전반의 토대를 이룹니다. 그러니 바로 이 ‘경제’가 온갖 사회현상에서 일정한 ‘결정력’을 갖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이를테면, 방탄소년단의 전세계적 인기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나 그들의 음악적 성취만큼이나 자본의 주판알 계산의 결과이기도 할 겁니다. 후자를 강조하는 모든 설명을 ‘경제결정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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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강좌에서 제가 방탄소년단에 대해 얘기할 기회는 아마 없을 겁니다. 이번 강좌는 경제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생산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겁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 좌파들은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같은 일종의 문화 현상을 문화적으로가 아니라 경제학적으로, 그러니까 그 물질적 차원을 드러내 설명하는 것을 보고 열광합니다. 이런 걸 일종의 ‘유물론’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정작 생산이나 노동 같은 그야말로 경제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엔 거부감을 갖습니다. 저로선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죠. 경제현상을 경제학의 틀에 가둬선 안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것은 무엇보다도 경제학의 영역에서 충분히 해명되어야 합니다.

 

 

3. 말씀하셨던 대로 요즘처럼 경제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시기가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법과 변증법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의 진화」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하셨지만, 정치경제학 비판이란 것도 여러 관점과 입장들이 있을 텐데 선생님만의 원리원칙 같은 것이 있다면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글쎄요, 크게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정치)경제학 비판’이란 일정한 ‘이론사(史)’를 전제한 기획입니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론』만 봐서는 안 되고 그가 염두에 두었던 이론사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이런 생각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죠. 저는 나름대로 마르크스를 이론사적 지평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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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저는 마르크스를 가급적 ‘보통사람’으로 보고자 노력합니다. 이를테면 마르크스가 산타할아버지마냥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거나 『자본론』을 보면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과장하지 않으려는 거죠. 이는 달리 말하면 마르크스와 그의 저작을 역사적으로 보겠다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간 150년이 된 『자본론』을 아직까지 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아주 근본적인, 그래서 변하기 어려운 차원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늘의 현실에 비춰 발전될 여지가 많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4. 이건 좀 저차원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4주 일정에 비해 읽을거리가 굉장히 많아 보입니다. 수강생들한테 굉장한 기회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되겠다 싶기도 하거든요. 혹시 알려주실 좋은 팁 같은 게 있을까요?

- 강의 교재 : 정치경제학 관련 개설서들 (참조: https://goo.gl/7VpLsg )


너무 많죠? 당연히 그 모든 것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소개해드린 목록은 현재 출간되어 있는 마르크스의 경제이론 이해에 필요한 1차, 2차 저작들을 망라한 것이니, 수강생들께선 그 중에 몇 개를 골라서 보시면 돼요. 단, 이미 공지된 대로 각 강의 전에 미리 읽으면 좋겠다 싶은 문헌은 지정해드릴 거고요, 『자본론』 이외의 마르크스의 주요 저작이나 여러 개설서들에 대해서는 강의 진행 중에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마르크스의 저작은 개설서 같은 거 보지 마시고 그냥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짤막한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5. 끝으로 이번 강좌를 통해 수강생들에게 기대하시는 바라든지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이번 강좌와 비슷한 시도를 예전에도 몇 번 했었습니다. 그 중 한 번은 『자본론』을 직접 읽는 자리였는데, 일단 목표는 악명 높은 저 1권 1편을 읽어내는 거였어요. 하지만 강좌가 끝났는데도 몇몇 수강생들이 책을 계속 읽고 싶다는 거예요.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거죠. 그래서 매주 모여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게 2012년 3월의 일인데, 이 모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요. 이제 조금 있으면 만 7년이네요. 그 사이에 쉰 적도 있고 구성원도 많이 바뀌었지만(하지만 처음부터 줄곧 참여하고 있는 회원도 있습니다), 저희는 1권과 2권을 독파하고 현재 3권을 절반 가까이 읽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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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희가 책만 읽는 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문제들, 특히 경제 이슈들에 대해 토론하느라 어떤 때는 책을 아예 못 읽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야말로 『자본론』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의 경험을 통해 『자본론』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임이랄까요? 이번 강좌를 통해 만나게 될 수강생 여러분들과도 이런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중에 여러분들이 제가 지금 함께하고 있는 ‘알쏭달쏭 자본론 읽기 모임’ 회원들처럼 경제에 대해 비판적인 관심을 강좌 이후에도 유지해 나가신다면, 제게 그것만한 보상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강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안내는 여기를 참조해주세요 :)
http://www.kccs.or.kr/notice_academy/13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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