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제안서


* 세미나 참가를 희망하는 분은 9월 26일까지 메일(slnabro@hanmail.net) 이나 전화(02-745-1603, 010-2513-5251)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1. 세미나 주제 : 화폐, 폭력, 도착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왕으로 숭배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눈에 왕이 그 어떤 사람의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가 이 말을 꺼낸 장소는 화폐가 형성되는 (논리적)과정에 대한 설명, 즉 가치형태론 안에서 이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는 것은 가상에 의한 착시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단순한 착시현상이라면 화폐를 둘러싼 관계의 구조들이 허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화폐를 중심에 둔 상품교환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을뿐더러, 결코 구성원들의 무지를 통해 유지되는 체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은 실재하는 것도 아니다. 칸트는 이러한 상황을 구분하기 위해 단순한 가상과 초월론적 가상을 분별한다. 단순한 가상은 그것이 허구임을 밝힘으로써 간단히 부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초월론적 가상은 그렇게 할 수 없다(예를 들어 초월론적 가상은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가 동일하다는 생각과 같이 현실적 필연성을 가진 환상이다. 통합된 주체나 민족이 하나의 사례이고, 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초월론적 가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환상임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놓여 있는 존재 조건을 변혁시켜야 한다.
이 세미나의 목적은 화폐와 그것의 존재 조건을 밝혀내는 일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화폐는 그 자체로 화폐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품들의 관계 속에서만 화폐가 된다. 화폐가 상품들의 거대한 네트워크의 체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마르크스의 설명을 상품들의 관계가 형성된 이후에, (사후적으로) 그 관계 안에서 화폐가 등장하는 것으로 이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거꾸로 상품 교환의 네트워크, 즉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라는 보편성의 구조를 만드는 중심에 화폐가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그러나 그 중심은 실재하는 것이 아닌 초월론적 가상으로서의 중심이다. 다시 말해 화폐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형성하는 부재하는 원인으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엄밀히 분석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폐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화폐체제가 형성되고 그 기능이 발현되는 과정을 (중요한 통찰과 분석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했다. 그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해 분석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유지되고 재생산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알튀세르는 이 문제를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자본주의를 분석할 때 그것의 재생산을 문제삼지 않는 것은 중요한 정치적 과오라고 지적했다. 이 때 알튀세르가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은 국가장치(억압적 국가장치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와 주체(호명기제)이다. 알튀세르를 거쳐 사고 할 때 자본주의 형성의 중심으로써 화폐를 연구한다는 것은 자본의 자기 발전 과정뿐만 아니라, 국가와 주체의 문제를 동시에 포괄하는 작업이 된다. 국가는 자본의 자기 발전 논리를 형성 및 유지 시키는 경제외적 강제(즉, 폭력)의 담지자로 기능한다. 마르크스는 “폭력 자체는 하나의 경제적 잠재력”이며, 자본주의 형성의 “산파”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폭력은 단지 자본주의 형성의 첫 단계에서만(마르크스는 폭력이 자본주의 형성의 첫단계에서만 중요한 것이된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잠재력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전 과정을 통해서 핵심적인 경제적 잠재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화폐 체제 역시 폭력을 기반으로 성립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미나에서 폭력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화폐체제의 역사적 형성과정에서 폭력의 역할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체제의 일부를 이루는, 혹은 근본적 구성요소로서 폭력의 논리를 분석하는 것이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는 화폐의 소비가 아니라 화폐의 소유 -화폐물신(Money fetish)- 라는 (역사적으로) 특유한 향유방식에 경도되어 있다. 이는 자본 자체의 욕망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욕망이기도 하다. 바로 이 측면-화폐의 자기 증식 욕망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각 개인들의 심리적 기초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이 자본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발생과 지속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심리적 기초에 대한 분석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결코 앞에서 언급한 세미나 주제(화폐의 구조적 측면, 화폐 체제 형성의 기반으로서의 폭력)와 어긋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폐의 구조와 폭력, 그것들의 심리적 기초라는 측면이 결합되어 분석될 때 역사적 총체성으로서의 자본주의를 조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폭력과 화폐 소유의 욕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지배를 가능케 한다는 점, 즉 지배양식을 형성하고 자본주의적 향유의 최종목적으로서의 지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사고될 필요가 있다.


2. 세미나 방식 및 목표

• 이 세미나는 2주에 한 번 모임을 갖는다.
• 읽어야할 텍스트의 부담을 최소화 한다.(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것 자체보다 읽은 텍스트를 사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 이 세미나는 발제가 없다. 대신 세미나 전 구성원은 매 시간 쪽글을 써와야 하며 그 쪽글을 발표하여야 한다. 세미나는 발표한 쪽글에 대한 코멘트나 문제제기(혹은 쪽글 자체가 주 텍스트에 대한 문제제기의 형식을 띌 수 있다) 형식으로 진행된다.
• 텍스트 세미나가 끝나고 한 달 후 ‘화폐, 폭력, 도착’ 세미나에서 다루었던 주제 중 하나를 골라 간단한 연구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 매 시간 쓰여진 쪽글과 연구글을 모아 제본한 후 세미나 구성원들과 공유하며, 연구소에 세미나 결과물을 남기도록 한다.



3. 세미나 예상 텍스트

• 화폐 체제의 구조
  마르크스, 「자본론」中 ‘1편 상품과 화폐’
  고병권, 「화폐, 마법의 사중주」
  가라타니 고진,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가라타니 고진, 「은유로서의 건축: 언어, 수, 화폐」
  이종영, 「지배와 그 양식들」
  프로이트, 「꿈의 해석」
  삐에르 발라르, 「금과 화폐의 역사」
  벤저민 코헨, 「화폐와 권력」

• 화폐와 폭력
  마르크스, 「자본론」 中 ‘8편 이른바 시초축적’
  마르크스,  ‘직접적 생산과정의 제결과’ in 「경제학 노트」
  벤야민, ‘폭력 비판을 위하여’
  데리다, 「법의 힘」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르네 지라르, 「폭력과 성스러움」
  삐에르 끌라스트르, 「폭력의 고고학」
  라깡, ‘The mirror stage as Formative of the function of the I as revealed in Psychoanalytic experience’
  프로이트, ‘집단심리학과 자아분석’ in 「문명 속의 불만」
  주은우, 「시각과 현대성」
  이종영, 「성적 지배와 그 양식들」

• 자본주의적 욕망의 심리적 기초
  조엘 도르, 「라깡과 정신분석 임상: 구조와 도착증」
  드즈니 라쇼, 「강박증: 의무의 감옥」
  이종영, 「부르주아의 지배」
  짐멜, 「돈의 철학」
  짐멜, ‘현대 문화에서의 돈’
  프로이트, 초심리학에 관한 논문들(‘본능과 그 변화’, ‘억압에 관하여’, ‘무의식에 관하여’, ‘꿈-이론과 초심리학’, ‘슬픔과 우울증’) in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
  프로이트, ‘절편음란증’ in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프로이트, ‘나르시시즘 서론’ in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프로이트, ‘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 in 「정신병리학의 문제들」
  홍준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남자의 성, 여자의 성」


※ 텍스트와 구체적인 일정은 세미나 인원이 구성된 후 첫 모임에서 정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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