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 연예기획사의 생리: SM, YG, JYP의 기업문화
2009.09.28 13:34
![]() | |||||||||
| [연재] 2PM 박재범 사태로 본 대중문화와 한국사회 ② | |||||||||
| |||||||||
|
박재범 사태와 관련해서 아주 작은 이야기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9월 5일 박재범의 <마이 스페이스>의 옛날 글이 알려지고 2PM에서의 퇴출이 결정되기까지 정확하게 나흘이 걸렸다. 모든 일이 눈 깜짝할 만한 사이에 진행됐다. 5일과 6일이 주말이었음을 생각해본다면 실질적으로는 단 이틀이었다. 재범의 퇴출 절차는 그 누군가가 이미 준비라도 한 것인 양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동안 재범이 출연하는 <와일드 바니>는 마지막회 방영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2PM이 출연했던 각종 광고홍보물 역시 모두 중단됐다. 이윽고 9월 8일 재범은 팬카페를 통해 탈퇴 의사를 밝힌 글을 올렸고, 그날 저녁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놀라울 정도로 너무나 발 빠른 대처였다. 이후 재범의 <마이 스페이스> 글에 대한 오역논란이 빚어지고 급속도로 동정 여론이 형성된 것에 비하자면,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로 신속한 일 처리였다.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 있었을까. 모든 업무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게 현대 사회라고는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빠른 덕분에 오히려 독이 된 건 아닐까. 재범도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도 자신들의 빠른 결단과 결정에 대해 지금쯤은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상상은 전적으로 나만의 억측이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JYP가 보여준 이런 식의 관행이 현재 연예산업의 생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JYP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연예기획사에 비해 매우 합리적인 편이다. 동방신기의 노예계약 스캔들로 곤혹을 치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이나 G-드래곤의 표절 시비로 싸우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 비하자면, JYP는 현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정상성(normality)을 가장 잘 체현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들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신속하며 개인을 존중한다.
스타와 소속사가 맺는 관계를 다소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SM이 봉건주의적이라면 YG는 가족주의적이고 JYP는 시장주의적이다. 그들 모두가 산업적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시장상황과 정서구조에 따라 각각 다른 기업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차이점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연예산업을 크게 삼분하고 있는 이들 세 기획사들이 약 2~3년씩의 터울을 두고 설립됐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봉건적→가족적→시장적 기업문화의 출현은 한국 연예산업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잠시 ‘위기’에 대처하는 이들 기업의 대처방식을 비교해보자. SM의 기업관행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준과는 모순적이다 싶을 정도로 계약기간은 물론이고, 사생활 침해나 저작권 수입 배분 등의 문제에서 공히 ‘갑’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스타와 맺는 관계는 다분히 주종적(主從的)이다. 스타의 스캔들 등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하면 처음에는 모든 의혹을 부정하다가 문제가 심각해지면 회사는 발을 빼고 위기의 부담을 스타 개인이 지게 되는 방식을 보여준다(이번 강인의 폭행사건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그렇게 해서 최악의 경우 특정 팀이 해체가 된다 해도 (보통 팀 해체시 저작권은 SM이 보유하므로) SM측은 어렵지 않게 그들을 버릴 수 있고 연습생들 중에서 즉각 다른 그룹을 만들어 기업의 자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얼마 전 가수지망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획사로 꼽았을 정도로, YG는 스타와 맺는 관계가 가히 가족적이라 할 만하다. 그들은 자신을 ‘YG 패밀리’라고 부른다. 2NE1의 멤버 산다라 박의 데뷔 전 사생활 스캔들이 있었을 때도 그들은 자기 가족을 보호하는 쪽으로 대응했다. 귀추가 주목되는 일이기도 한데, 이번 G-드래곤 표절 시비에도 꿀릴 게 없다며 맞장을 준비하고 있다. 묵묵부답 혹은 심사숙고하다가 정면대응하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다른 기획사들에 비했을 때, 그들이 스타와 맺는 관계 방식은 끈끈한 유대에 바탕을 둔 부모-자녀 관계에 가깝다. 반면, JYP는 과잉되게 착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제 살 깎아먹는 식으로 스타를 보호하는 편도 아니다. 기업과 스타는 시장상황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계약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사람을 다루고 키우는 연예산업의 특성 때문에 정서적인 유대 관계는 필수적인데, 그럴 때 JYP(특히 박진영)는 주종관계나 부자/모녀관계가 아닌 친구관계를 강조한다. 박진영의 말대로 비는 정말로 좋은 ‘친구’이며 재범이도 불행한 일을 겪어 마음 아픈 ‘친구’이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자. SM과 YG 그리고 JYP 중에서 어떤 회사가 가장 전형적인 ‘기업’에 가깝다고 보이는가. 물론 답은 JYP다(나는 이들의 우열을 가리는 게 절대 아니다). 게다가 스타의 (시장성과 성실성은 당연 전제이고) 창의성과 불온성마저도 강조하는 JYP의 기업 비전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적인 인재 생산·관리 시스템에 가장 부합한다. 반면 SM이나 YG는 시장경제에서의 인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다분히 이례적인 문화와 관행을 보여준다. 봉건주의적이고 가족주의적인 면모들은 확실히 자본주의의 전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연예기획사와 시장주의 박재범 사태에서 JYP가 보여준 속전속결식의 대처 방식은 오늘날 한국 대중문화와 사회가 공동체주의적 습속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시장주의와 결속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몇 년 전 주(JOO)의 경우도 그랬고 GOD 시절 박준형의 경우도 그랬었다. 물론 우정이라는 정서가 깊게 연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관계는 어디까지나 돌아서면 남이 될 사이를 전제할 뿐이다. 친구란 서로가 대등한 관계를 의미한다. 주종관계나 가족관계에 비하자면, 주변 정황이나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쉽게 이별할 수도 있는 관계일 뿐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연예산업에서 스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은 기업의 자산 가치가 낮게 매겨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미 상당수의 연예산업 관련 기업들은 인수합병이나 코스닥 등록을 통해 자기 가치를 증식하고 있다. 그럴 경우 자사의 주식 가치를 위해서라도 스타와의 관계보다는 주주들의 눈치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투자자들이 발을 빼지 않도록 소속 연예인들이 ‘공인’된 본분을 다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JYP가 박재범과 결별한 것은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한 명의 대중스타가 그토록 빠르게 사라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대중문화산업의 어쩔 수 없는 생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재범을 붙잡지 않는다고 해서 JYP의 대표 박진영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JYP 공식 입장으로도 알려졌듯이 그 자신이 재범을 얼마나 아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계약관계에 기반한 것이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전국의 팬클럽 회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JYP에 찾아가 시위했다. '재범 없는 2PM은 상상할 수 없다, JYP는 재범을 복귀시켜야 한다, 재범 없는 2PM의 모든 행사에 보이콧하자' 등등. 팬들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합리적 매니지먼트에 저항하는 지독한 사랑 이를 두고 한국 대중문화산업에서 합리성의 표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JYP에 대해 특정한 반응이라 보는 것도 무방하지 않을까. 확실히 JYP의 '합리적(?)'인 대처방식에 대해 팬들은 너무나 비합리적으로 윽박지르는 것 같다. 고용주가 피고용인과 계약을 마무리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행위에 대해 생떼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생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도록 하자. 거기에는 너무나 합리적인 매니지먼트이기 때문에 딱히 비난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건 뭔가 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있지 않는가. 냉혈하고 비정한 세속적 논리에 대한 어떤 반발 같은 것 말이다. 지독한 사랑은 그런 생떼를 통해 때때로 인식의 한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연예인은 공인이다’의 숨은 논리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