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사태와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의 현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공동소장)

1. ‘동방신기’ 소송 사태-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주지하듯이 지난 7월 31일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 중 3인(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법원에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아이돌 그룹이 부당 계약문제로 법적 소송을 감행한데다, 인기절정의 순간에 내려진 결정이고, 5인의 멤버 중 3인만 소송에 참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 건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 뿐 아니라 연예 매니지먼트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만한 사건이다. 더욱이 이번 소송으로 인해 아이돌 팝 제작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SM엔터테인먼트가 ‘HOT’, ‘신화’ 등 2000년대 초반부터 문제가 되었던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부당 계약 문제들을 여전히 내부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이돌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연예제작사들의 현 수준을 가늠케 한다.

사실 ‘동방신기’의 3명의 멤버들이 실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소송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실태 및 개선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 계약 문화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벌인 후에 지난 7월 초에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적인 권고 사항은 계약기간이 최대 7년이 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주로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연예기획사의 연합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개인영업의 자유 원칙을 내세워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른바 ‘연예인 노예 계약’이라는 원시적인 언어가 미디어를 통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 것도 바로 사실상 연예활동 전체를 구속하는 장기 계약기간이 상식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동방신기’ 멤버들의 소송의 핵심도 13년이라는 불합리한 장기계약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는 데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번 소송이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는 장기계약 기간이나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제기한 소송에 참여한 멤버들의 화장품 사업 참여가 아니라 연예활동을 둘러 싼 아이돌 스타들과 연예제작사 사이의 투명하지 않은 봉건적 관계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10개 대형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해 전속계약서 내용이나 실제 매니지먼트 활동 중에서 지적했던 내용들은 1) 자사 소속 연예인을 강제로 홍보에 나서게 하고 회사 행사 등에 무상 출연케 한 조항, 2)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 조항, 3) 연예인들의 연예 활동에 대한 자율적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 4) 계약해지 통보 후 연예기획사의 수익배분 면제 조항, 5) 연예기획사에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연예인의 동의 없이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주를 이루었다. ‘동방신기’의 소송 사태도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보다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사가 이들의 활동시간, 활동내용, 개인생활 관리 등에 있어서 멤버들과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고 진행했다는 점과,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수입내역과 지출 내역 등의 투명한 공개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연예제작에 있어 ‘갑’과 ‘을’의 관계가 합리적이고 투명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출발부터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상황에서 출발해서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표준 계약서에 명문화하기 이전에 봉건적인 계약관계로부터 벗어나 제작자나 연예인 들 사이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연예제작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소통해야 할 하나의 “문화”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줄을 잡아놓고, 하루 종종 뺑뺑이 돌리는 관행이나, 팀웍을 명분으로 과도한 합숙생활을 강요해 개인들의 사생활이 침해된다거나, “보은”, “은혜”를 운운하면서 어린 아이돌 스타들의 활동과 수익에 대한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하거나 말로 대충 얼버무리려는 연예제작 시스템의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으로는 ‘동방신기’ 소송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동방신기’ 사태는 불공정한 계약문제가 실제적인 쟁점이지만, 더 큰 틀로 보면 한국 연예제작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연계되어 있다. 특히 한국 연예산업의 대형화/수직계열화로 인한 연예자본의 독점적 효과와 금융자본으로의 확대는 연예기획사들의 제작방향의 전환을 몰고 왔고 이로 인해 상징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활동이 이러한 연예자본의 확대재생산에 묶여 있다. 올 초 연예기획사로부터 부당한 피알비를 받고 지상파 방송 간부급 예능 피디들이 대거 구속된 사례나, 한 여배우를 자살로 몰고 간 성상납스캔들의 경우에도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방송, 미디어, 주식, 권력과 밀착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실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는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동방신기’ 사태는 현재 한국의 연예제작 시스템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아이돌 스타들을 중심으로 표준 계약문화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자.

2. 노예계약 vs 표준계약?

언론에 알려진 ‘동방신기’와 SM 사이의 전속 계약서 내용을 놓고 이른바 ‘노예계약’ 논쟁이 일어났다. 일부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조건들, 예컨대 계약기간, 수익분배, 위약과 손해배상 청구에 명시된 구체적인 내용들이 지나치게 부당해서 노예계약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들에게 지난 5년간 110억 원이 분배되었고, 고급외제 승용차 등 상당한 품위유지에 많은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노예계약’이란 말은 지나치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선진적인 연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SM 소속 연예인들은 계약서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영세한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보다는 그나마 호강한다는 상대적 냉소주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적어도 ‘동방신기-SM’ 사이의 계약내용들을 살펴보면, 정상급 아이돌 그룹과 최상의 연예매니지먼트사가 맺은 계약으로 보기에는 불합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하는 표준계약서 내용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 점에서 계약 그 자체로만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노예계약’이라는 말 자체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활동과 정상인들보다 높은 수익에 대한 상대적 평가를 떠나서 실제로 계약의 당사자인 멤버들이 자신들의 연예활동에서 자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계약상 거의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제적이고도 상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동방신기’와 SM 사이의 계약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가? 먼저 전속 계약서의 주요 내용들을 보자.

동방신기-SM엔터테인먼트 전속 계약서의 주요 내용

 

 제1조(목적)

 신청인(동방신기)의 연예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국내외 연예활동 및 선전, 출연, 섭외 및 모든 법률행위는 피신청인(SM엔터테인먼트) 또는 피신청인이 지정하는 매니저가 관리대행하며 신청인은 활동에 대한 계약이나 약속을 개인적으로 할 수 없으며 작품 활동과 연기에만 전념한다.

 

 제2조(계약기간)

 1. 본 계약기간은 2003. 6. 30 부터 시작하여 첫 번째 음반의 발매 후 10년째 되는 날 종료하기로 한다. (주석: 이 기간은 신청인의 첫 번째 음반 발매 즈음인 2004. 1.12에 13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 신청인의 개인 신상에 관한 사유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계약기간은 위 기간만큼 자동으로 연장된다.

 

 제3조(권리의 양도)

 1. 신청인의 모든 방송출연 및 국내외 연예활동에 관한 권리는 피신청인에 있다.

 2. 계약기간 중 신청인은 피신청인의 판단으로 인하여 결정되어지는 일에 대하여 성실하게 임하여야 하며, 계약기간 중에 신청인의 임의대로 활동하여서는 안되며 이를 위약 시는 제11조 제1, 2, 3항에 따른다.

 3. 신청인의 모든 연예활동에 대한 출연 등의 모든 권한은 피신청인에 있는 것으로 한다.

 

 제5조(피신청인의 의무)

 1.신청인의 인기 관리를 다한다.

 2.신청인의 제반 일정에 대하여 신속하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6조(신청인의 의무)

 2. 피신청인 또는 매니저가 요구하는 공연 및 방송활동 등 제반일정에 대한 출연의무를 부담한다.

 

 제9조(이익금의 분배-음반)

 1. 신청인이 가수로서 음반을 발표하여, 단일 음반 판매량 중 반품을 제외하고 50만장 이상 판매되었을 경우, 그 다음 음반 발매시 일금 5000만원을 지급하고, 100만장 이상 판매되었을 경우 일금 1억원을 지급한다.(단 싱글음반은 매 50만장 이상시 일금 2500만원, 100만장 이상시 5000만원으로 한다.) 단, 신청인이 계약후 팀(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할 경우 그 팀의 인원수만큼 나눈 금액을 지급한다.

 2.제1항은 신청인의 정규앨범의 수익부분에만 해당하며, 피신청인이 제작한 2차적 편집물(라이브음반, 베스트음박, 옴니버스음반, 기타 모음집 등)에 의한 수익은 모두 피신청인의 소유로 한다.

 3.온라인 및 유무선인터넷상의 음원유통(MP3와 그 외 디지털 음악파일의 유통 포함)에 대한 수익과 해외시장을 타킷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의 경우는 순수익의 10%를 신청인에게 지급한다.(신청인이 그룹일 경우, 분배방식은 9조1항과 동일)

 4.피신청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 언제든지 출연하여, 인터넷 방송은 신청인의 홍보로 해석하며, 이에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제10조(이익금 분배-방송, 행사, 광고, 초상권 등)

 1. 모든 고정방송매체에 출연료의 40%를 피신청인에 지급하여야 한다.

 2. 고정출연 외의 게스트 및 가수로서의 방송출연료는 피신청인의 홍보진행비로 전액 충당키로 한다.

 3. 연예활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9조와 10조 1, 2항은 제외) 중에서 누적된 모든 운영비를 제외환 순수수입의 50%를 피신청인의 수입으로 한다. 단 그룹(팀)인 경우는 순수수입의 40%가 피신청인에 귀속되며, 신청인의 각 개인 수입은 다음과 같다.(듀엣 30%, 트리오 20%, 4인조 15%, 5인조 12%, 6인조 10%)

 4. 피신청인과 신청인의 이익 분배 산정은 수입발생 후 6개월 내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제11조(위약과 손해배상청구)

 1.신청인이 본 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는 배상하여야 하며, 신청인이 연예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나 행위를 일으켰을 때 그에 대한 전체의 책임을 신청인이 지며, 그로 인하여 연예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피신청인이 판단하는 경우 신청인의 활동을 중지시킬 수 있고, 신청인은 피신청인에게 손해배상하여야 한다.(손해배상을 하여도 해약되는 것은 아니다.)

 2. 손해배상으로 총 투자액(음반제작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비용의 3배,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예상 이익금의 3배되는 금액, 그리고 일금 1억원을 별도로 신청인은 피신청인에게 배상해주어야 한다.) (주석:2007.12 경 부속합의를 통해 위 내용이 투자액의 3배, 예상 이익금의 2배로 변경됐습니다.)

 3.해약을 원할 때에는 피신청인과 신청인 쌍방이 합의한 경우 신청인은 제11조 제2항을 지켜야 한다.

위와 같은 내용의 전속 계약에 부수하여 2004. 1. 12, 2007. 2. 16, 2007. 12경, 2008. 10. 29., 2009. 2.6 각 부속 합의가 이뤄졌는데, 그 주된 골자는 계약 기간을 13년으로 연장하는 것(2004. 1. 12자 부속합의)과 수입 분배의 기준을 조정하는 것,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총 투자액의 3배,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일실 이익의 2배로 수정하는 것 등입니다.

이상과 같은 전속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13년이라는 계약기간(임의적인 활동중단 및 군복부 기간 제외)은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종신계약에 해당되며 상식적으로 일방적 계약에 해당된다는 점, 2) SM이 동방신기에 요구하는 기본 계약 사안이 절대적인 면(연예활동의 모든 권리 귀속, 연예활동 요구에 대한 절대적 이행 등)이 많은 반면, 동방신기가 SM에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인기관리, 일정통보), 3) 수익 분배에 대한 세부 사안들이 동방신기에게 상당 부분 불리하다는 점, 4) 위약이나 계약해지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물어야 할 금액의 조건이 상식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이다.

먼저 13년의 계약기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최초의 계약을 은퇴할 때까지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불합리한 계약조건으로 은퇴할 수밖에 없는 종신계약의 성격을 갖는다. 아이돌 그룹들의 특성상 연습생 기간을 포함하고 재계약시에 발생될 멤버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기획사의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기에는 13년의 기간은 표준계약의 공정성과 합리성 차원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일방적이다.

연예인 표준계약서에 명시되는 이른바 ‘갑’(기획사)과 ‘을’(연예인)의 계약관계는 비단 이번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갑’의 일방적인 권리의사를 명시하는 데 집중한다. 제3조의 권리의 양도에서 갑이 결정한 내용에 성실하게 임할 의무를 져야하고, 을이 임의대로 활동하는 모든 것에 대해 금지하고 있으며, 제5조 을의 의무에서도 갑이나 갑을 대리하는 매니저가 요청하는 모든 활동을 거부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금하고 있다. 연제협이 권고하는 표준계약서 조차도 이와 다르지 않으면 심지어는 계약과 양도필요한 모든 공식서류(인감도장, 등초본 등)을 갑에 위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방신기’와 SM 사이에서 쟁점이 되었던 수익 배분의 세부사안들도 면밀히 살펴보면 합리적인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먼저 음반수익 배분의 경우 음반시장의 급격한 몰락을 고려해본다면 음반판매 50만장 이상의 경우 5000만원을 분배한다는 규정은 지나치다. 동방신기의 정규앨범 중에서 50만장 이상 판매된 것은 정규 4집 앨범이 유일하다. 통상 음반 1장당 제작사가 같은 수익이 4천원 정도로 추산할 때 50만장의 음반 판매일 경우 20억 정도의 순수익이 발생된다. 음반제작에 필요한 총제작비를 감안하더라도 SM이 벌어들일 수 있는 음반수익은 10억 이상으로 추산이 가능한데, 이 상황에서 멤버들에게 총 5천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에 계약갱신을 통해 50만장 이하의 판매에서도 0.4%-1%의 수익을 배분한다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더욱이 더 심각한 문제는 정규앨범 이외의 2차제작 음반(라이브앨범, 싱글, 베스트, 스페셜 앨범 등)의 모든 수익은 SM에 귀속된다는 것도 수익에 대한 공동 이익을 원칙으로 하는 표준계약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 또한 9조 3항의 “온라인 및 유무선인터넷상의 음원유통(MP3와 그 외 디지털 음악파일의 유통 포함)에 대한 수익과 해외시장을 타킷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의 경우는 순수익의 10%를 신청인에게 지급한다”는 조항 역시 음원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고려할 때 불합리하다. 음원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한 SM에서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최소한 음반에서의 수익보다는 훨씬 많은 것은 분명하며, 경비를 제외하고 제작사가 음원수익의 90%를 취득한다는 것 은 그 자체로 불공정하다.

그밖에 방송출연과 CF등 연예활동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분배에 있어서도 동방신기가 불리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고정출연시에 출연료의 40%를 기획사에 지급, 고종출연 이외의 출연료는 홍보 진행비로 전액충당, 연예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익(초상권, CF촬영, 행사출연) 중 운영경비 제외한 순수익의 50%가 SM에 귀속된다는 조건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계약을 위반할 시에 투자액의 3배, 계약 종료시점까지 예상되는 수익의 2배를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조건이나, 합의하에 계약이 해지될 경우에도 위약금을 물어야한다는 조건들은 전형적인 ‘노예계약’의 성격이 강한 불공정한 계약이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SM이 제공한 110억원의 분배액도 세전금액을 제외한 것이 아니어서 실제적으로는 팀 원당 1년에 2억 정도의 수익금으로 환산이 되며, 고급외제승용차 역시 렌탈 차량이어서 개인들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활발한 일본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SM 재팬과 AVEX가 수익의 50%를 분배하고, 다시 ‘SM’과 ‘SM재팬’이 50% 나눠 갖는 방식이어서 실제적으로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 수익은 전체 수익총액의 1/4에 해당되는 금액 중에서 일부를 분배받는 방식이다. SM재팬과 SM은 사실상 같은 회사라고보기에 무방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익배분 방식은 이중 취득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동방신기’가 분배받은 총액, 스타로서 누렸던 명성, SM에서 주장하는 막대한 운영비용(사실 이 조차도 수익배분에서는 대부분 제외되었다)의 상황을 고려해도 계약서에 명시된 세부사실을 꼼꼼하게 검토하면 ‘갑’과 ‘을’의 합리적인 계약관계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합리한 계약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 아이돌 그룹과 연예제작의 특수성

아이돌 그룹과 연예제작사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관계는 비단 ‘동방신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SM 소속 전․현혁 소속 모든 팀이 계약, 혹은 재계약건으로 몸살을 앓았고, 한때 SM과 아이돌 그룹 양대 산맥이었던 DSP기획사나, 최근 메이저 기획사로 성장한 YG, JYP도 경우에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내홍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연예산업계에서 자주 불거지는 불공정 계약 사태는 비단 아이돌 스타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돌 스타들의 계약 관계가 갖는 특수한 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다.

주지하듯이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들이 차지하는 음악의 비중은 의심의 여지없이 압도적이다. 지난 1년 동안 방송사의 각종 음악프로그램이나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횟수 중에서 아이돌 그룹들이 1위를 차지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동방신기, 원더걸스, 소녀시대, 샤이니, 2PM, 2NE1, 빅뱅에 이르기까지 가요계는 아이돌 스타들의 점령지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아이돌 스타들을 집중적으로 키워왔던 SM이나 DSP 뿐아니라 YG, JYP, 엠넷미디어 등 많은 연예제작사들이 아이돌 스타 키우기에 나섰다. 그만큼 가요계 데뷔를 위해 연습생으로 준비하고 있는 10대들이나 이들을 제작하려는 기획사 간의 수요-공급 체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아이돌 그룹들과 연예제작사 사이에 전속계약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대체로 아이돌 그룹들이 그러하듯, 이들이 소속사와 계약이 이루어지는 시점은 10대 시절이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돌 문화의 경제적 호황으로 수요-공급 사이의 균형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당사자는 제작자이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스타급 아이돌 그룹들보다 앞으로의 스타를 꿈꾸는 연습생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전속 계약에서 법적인 대리인이 데뷔 시절부터 참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습생 시절 이들에게 전속계약은 사실상 ‘백지위임’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적인 희망사항을 내포하고 있다. 부모들이 참여해서 계약에 사인을 하더라도 계약의 구체적인 부분들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계약서를 조정할 만큼의 법적 지식과 당당한 태도들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래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습생 시절에 계약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계약의 내용들은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상당한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하고, 일대 일 계약이 아니라 그룹 대 기획사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문제들을 대비해서 기획사들은 대단히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계약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방어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계약 주체로서 미성년인 이들에게 연예제작사가 보이는 계약적 지위는 우월하거나 권위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최초의 계약관계가 데뷔 후에 일정한 인기를 얻고 더 이상 연습생 신분에서 벗어난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맺어진 불리한 계약이 일정한 성공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적용되다보니, 아이돌 그룹들과 소속연예기획사 간에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그룹들의 이탈과 이적을 막기 위해 사실상 영구계약에 해당되는 계약기관을 박아 문서로 박아놓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갈등의 소지는 처음부터 안고 있었던 셈이다.

주요 연예기획사 아이돌 그룹 계약기간

(출처: 『중앙일보』, <8월 13년 장기계약의 덫 … 청춘을 저당잡히다> 기사 참고)

기획사

SM

JYP

YG

DSP

그룹

동방신기

수퍼쥬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원더걸스

2PM

2AM

원타임

빅뱅

2NE1

SS501

카라

데뷔연도

2004

2005

2007

2008

2007

2008

2008

1998

2006

2008

2005

2007

계약기간

13

5-13

5-13

6-13

7

7

7

-

6

6

5

7


또한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신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알아나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돌 그룹들에게 연예제작사에서 취하는 우월적 지위와 강압적인 행동 등은 이들의 커뮤니티 문화에 회의와 갈등의 소지를 낳은 여지를 안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돌 연예기획사가 그룹의 팀웍과 균형을 고려해서 강압적이거나 일방적인 명령을 내리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유연하게 팀을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팀원들의 충분한 정신적, 육체적 상황을 고려해서 사전에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충실하게 밟고 스케줄을 조정하는 배려는 많지 않다. 그룹멤버들이 나이를 먹기 전에 최대한 빨리 연예활동을 부여해서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려는 게 기획사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한다.

아이돌 그룹들이 일정한 인기를 얻고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연예기획사들은 충분한 대화의 자세를 가지고 재계약에 임하기보다는 데뷔를 준비 중인 다른 그룹들로의 대체를 준비한다. 계약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제작사의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보다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으로 교체를 희망한다. 아이돌 그룹을 한 시즌에 한 기획사가 관리할 수 있는 수가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메이저 기획사의 경우 데뷔를 준비 중인 일종의 핵심 ‘상비군’은 언제나 출격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방신기’의 경우에는 선배 그룹인 ‘HOT’와 ‘신화’에서 경험했던 재계약에 따른 불편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활동기간을 감안해서 장기간 계약을 추진하고 경우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계약 조건을 갱신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멤버들의 부분이탈이 발생하더라도, 지명도를 확보한 다른 멤버들의 독립적인 연예활동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준비 중인 새로운 아이돌 그룹들을 데뷔시킬수 있는 안정망을 가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들의 수명이 5년 이상 가기가 어려운 이유가 아이돌 그룹의 태생적 한계나 그룹 활동에 따른 제약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공정한 계약관행과 아이돌 그룹의 과잉된 수급상황, 아이돌 시장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치열한 연예제작 환경에서 아이돌 그룹들은 연예계의 스타일과 트랜드 변화와 빠른 세대교체 분위기, (남자의 경우) 군복무라는 제약의 조건 하에서 안정된 활동공간을 확보하기기 대단히 어렵다.

우리가 아이돌 연예제작 시스템의 문제제기에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은 연예제작 자본 형성의 변화와 그에 따른 구조화된 문화자본의 커넥션 문제이다. 한국의 연예자본은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문화관행과 불공정한 커넥션에 의해 심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문화산업 자본과 엔터테인먼트 자본이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양성화되기 어렵다는 증거이다. 연예기획사의 봉건적인 계약관행, 방송사와의 부적절한 공생관계, 주식가를 높이기 위한 연예기획사들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연예-제조업’ 자본의 통합 등은 한국 문화자본의 구조적 폐해를 심화시키는 주요인들이다.

올해 한국 아이돌 팝 매니지먼트의 선두주자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이 범아시아 한류스타 배용준을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최고의 주식보유자가 되었다. 이수만 회장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의 총주식가는 191 여억 원으로 배용준과 가수 ‘비’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계의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작년에 80억 원에 불과했던 주식가가 최근에 급상승한데는 올해 아이돌 팝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소속사 “동방신기”,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의 인기 덕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수만의 뒤를 잇는 배용준이나 비의 경우도 소속사를 옮기면서 연예기획사의 코스닥의 상장에 따른 주식을 부여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연예기획사의 자본축적의 최종 목표는 연예산업 시장에서의 매출액이 아니라 소속 연예인의 인기를 기반으로 상장한 주식 가를 상승시키는 데 있다. 한류스타들이 소속사를 옮기는 가장 큰 이유도 이적한 연예기획사에게 주식을 배당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소속사 역시 이들의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직접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아니면 다른 중소기업과 합작을 해서 우회 상장하는 영업 전략을 내세운다. 1990년대까지 직간접적인 연예활동을 통해 발생한 연예산업의 수익구조는 금융자본의 시대에는 연예활동을 매개로 주가 상승을 노리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연예 문화자본은 금융자본과 밀접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데, 연예매니지먼트의 구조상 이러한 금융 커넥션은 연예기획사 간의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낳으면서 기획 사간의 전략적 인수합병, 소속사 이적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주식 가를 높이기 위한 연예 프로모션의 부적절한 관계가 형성된다. 일례로 2002년 가요계 피알비 사건은 부적절한 연예프로모션 방식에서 연계기획사와 방송사 간의 새로운 커넥션을 보여주었다. 2002년 가요계 피알비 사건을 통해서 연예기획사는 주식상장을 목표로 소속연예인들의 집중적인 방송 노출을 요청하면서 방송 피디들에게 현금이나 차량을 제공하던 과거의 방식과는 다르게 상장을 전제로 한 주식공여 혹은 상장된 주식 거래를 제공한다. 주식을 보유한 방송 피디들은 자신의 주식 가를 높이기 위해 거래한 기획사의 연예인들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에 독점 출연시키고 이 과정에서 연예자본과 방송제작진 사이에 돈독한 공생관계가 유지된다. 드라마제작의 경우 최근 대형 외주 제작사들이 생겨나면서 방송 콘텐츠를 매개로 직접 혹은 우회 상장을 하고 있는데, 전직 드라마 PD출신들이 외주제작사의 대표나 이사로 이동하면서 방송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2009년 초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금품수수로 검찰에 구속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코스닥에 상장된 연예기획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의 인수 합병 역시 강력한 예능 파워를 형성해서 안정적인 방송출연을 보장받고 독점적 콘텐츠를 이용해서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례로 지상파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자를 양분했던 ‘DY엔터테인먼트’와 ‘팬텀엔터테인먼트’가 전략적 합병을 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알다시피 ‘DY 엔터테인먼트’는 개그맨 신동엽이 대표로 있고,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지석진 등 유명 예능 MC들을 보유한 최고의 예능 연예기획사이다. 한편으로 개그맨 강호동, 박경림, 윤종신, 지상렬 등을 보유하고 있는 ‘팬텀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도너츠미니어’(팝콘필름)를 통해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여 2009년 초에 “De Chocolate E&TF"사를 통합 출범시켰다. 2000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는 연예매니지먼트, 방송외주제작, 영화투자제작, 커피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연예계의 상징적 가치를 주식자본으로 전환하려는 ”연예-금융“ 커넥션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De Chocolate E&TF"사는 영화배우 고현정, 김태우, 개그맨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가수 윤종신 등 종합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로 성장했고, SBS ‘패밀리가 떴다’, ‘야심만만’, ‘스타킹’, MBC ‘황금어장’ 등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업과 영화 ‘연예소설’, ‘령’, ‘므이’를 기획제작하는 등 종합편성채널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콘텐츠 제작 독점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독점적인 연예제작사의 등장은 방송콘텐츠 제공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진의 수급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방송사 예능국과 일정한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 상위 10위 프로그램 중에서 절반가까이 외주 제작하고 있고 절대 다수의 소속 연예인들을 진행자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예제작에서의 강력한 커넥션이 형성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상파방송 예능프로그램의 주요 진행자들이 기업 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워, 방송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코스닥상장을 위해 제조업 중소기업체와 전략적 합병을 한 후 자본력과 섭외력을 내세워 예능프로그램의 외주제작한 후에 그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제작-배급-출연“의 배타적 독점관계는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형태의 매니지먼트 방식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이미 궤도에 진입한 일본의 ‘수직계열적’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따르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방송의 민영화가 추진되면 방송 제작과 배급의 특정 자본의 사적인 소유가 가능해질 수 있다. 독점적인 연예제작사 그룹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연예산업의 투자 위험도를 최소화해서 주식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연예인과 연예제작자 사이의 관계는 대부분 계약에 의한 이해관계자가 아닌 사적인 인관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이른바 “사장님”, “형님”이란 호칭은 경제적 계약관계에서 형성된 호칭이 아니라 자신을 발탁하고 키워주신 은인을 부르는 사적인 감사의 표시로 간주된다. 한국적 가부장문화나 봉건문화가 연예계의 인관관리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연예계약서에 갑과 을 사이에 자연스럽게 주종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봉건적 문화에서 합리적인 계약관계가 관철될 가능성은 많지 않으며, 특히 연예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계약서의 ‘을’에 해당되는 당사자는 무의식적인 복종의식을 갖게 된다.

고 장자연 사건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가부장적인 권력 행사방식에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지 않는다면, 공정한 연예계약서가 만들어진들 연예인들의 인권침해나 권리 침해들은 여전히 “계약서의 이면”에서 횡횡할 것이다. 아시아 최고의 아이돌 스타라고 자부하던 “동방신기”의 불공정 계약관계를 보면 이러한 우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방신기”가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와 맺는 계약서에는 총 13년이라는 계약기간(군복무기간은 제외), 50만장 음반 판매 시에만 멤버 당 1천만 원의 수익 배분, 계약 위반 시에는 계약 종료일까지 예상되는 수익의 3배 위약금 지불, 합의 하에서의 계약 해지도 위약금 지불 등의 불공정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이러한 불공정한 계약은 연예자본의 구조화된 관행과 커넥션의 실체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자본의 강력한 합종연횡과 봉건제적 인간관계의 구조적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 대중문화는 콘텐츠의 선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근대적인 시스템에 발목 잡힐 수 있다.

5. 대안은 없는가?

원래 ‘동방신기’ 사태를 둘러싼 아이돌 그룹들의 전속계약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려는 이 글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해 한국 연예자본의 현실을 언급한 것은 동방신기를 둘러싼 계약관행들이 이러한 연예매니지먼트계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방신기’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인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동방신기’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거나, 아이돌 그룹들의 합리적인 계약문화가 정착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먼저 중요한 것은 SM을 포함해 연예제작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권고안의 가이드라인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SM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하는 계약기간 7년을 수용해야 하며,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에 있어 사생활 침해, 과도한 스케줄 등과 같은 일방적인 매니지먼트 관행들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동방신기’와 SM과 현재 맺고 있는 계약 내용 중에서 계약기간, 활동에 대한 수익분배, 위약시의 손해배상 부분에 대한 SM 측의 전향적인 계약 수정과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계약단계를 다원화해서 데뷔 이전의 계약과 데뷔 이후의 계약, 왕성한 활동기간에서의 계약 조건들을 차별화해서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동방신기’ 사태가 주는 교훈은 계약조건이 데뷔 이전 시점으로 설정할 경우 분쟁의 소지를 이미 안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돌 그룹의 연예활동의 특수성 상 오히려 계약기간을 장기간 일관되게 하는 방식보다는 가변적이고 탄력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예활동을 통해 확보된 수익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안정된 ‘월급여제+인센티브’ 방식의 도입도 고려해볼만하다. ‘동방신기’의 3명의 멤버들이 이번에 제기한 문제는 부당한 계약관행의 개선과 수익에 대한 투명한 공개이다. 합리적인 계약이 이루어지더라도 수입구조와 재무구조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선진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합리적인 연예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적용하고 있는 월급여제와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예인들의 월급여제는 한국의 환경에서는 당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장기적인 연예활동을 위해서는 연예인들과 연예제작사들이 상호 양보하고 협력할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이돌 그룹들의 전속계약이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인관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방식에서 탈피해서 이들을 법적으로 대리할 법률대행인을 통한 계약도 고려할만하다. 프로스포츠의 경우에도 최근에 스포츠에이전시들이 당사자들을 대리해서 구단과 계약을 시행하고 있다. 법적으로 상식이 부족한 연예인들이나 부모들을 대신해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계약문화가 이루어지면 연예매니지먼트의 양성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제도적인 개선안 보다는 먼저 중요한 것은 양측의 신뢰관계의 회복이다. 아시아 최고의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의 불행한 해체를 누구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양 측의 원만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SM이 고수하고 있는 전속계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시정과 개선이 요구된다. K-pop의 훌륭한 연예콘텐츠가 전근대적인 연예제작시스템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동방신기’ 사태는 한국 연예제작의 선진화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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